예금 부분보장제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고 한다.

내년 1월부터 실시될 예금보호한도 축소조치를 연기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보장 한도라도 높여달라는 주장이 적지않은 모양이다.

지난달 금융계 파업 협상과정에서 ''예금보장제 시행전에 금융시장의 안정여부,금융기관간 자금이동 등을 검토한다''고 합의한 바 있었던 데다 최근들어 은행권 예금이동이 점차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 이같은 주장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제도를 지금 다시 손질하는 것은 개혁 원칙에 대한 중대한 훼손일 뿐만 아니라 금융불안을 해소하는 정공법도 아니라는 측면에서 우리는 이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

예금자 보호한도가 2천만원으로 축소되면 금융권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지만 지금까지와 같은 무한보장 제도를 언제까지 끌고갈 수도 없는 일이고 은행 신용도에 따라 금융질서가 바로 잡히는 것이야말로 이 제도의 본질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하겠다.

은행 예금도 주식투자등 다양한 자산포트폴리오의 하나임이 분명하다면 굳이 예금에 대해서만 무한보장 혜택을 주는 것은 우선 원칙에도 맞지 않는 일이라 하겠다.

금융시장의 큰 흐름이 간접금융에서 직접금융 위주로 전환되고 있고 금융시장이 개방되면서 개발경제 시절의 국민저축 동원 정책이 실효성을 잃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 예금자에 대한 정부의 보호 제도 역시 현실에 맞게 조정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또 은행 신용도에 따라 예금시장이 재편되고 금융소비자의 신용에 따라 대출금리가 달리 적용되는 것이 원리 원칙에도 맞는 일이라면 연기론 또는 한도인상론은 그 근거가 없을 뿐더러 당장의 금융시장 불안을 오히려 구조화,장기화시키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마저 적지 않다고 하겠다.

다만 시중자금이 급격하게 이동하면서 개별은행의 위험이 금융시장 전체의 불안정으로 확산되는 것이 문제라고 보지만 이는 개별은행의 신용도를 보강해주는 다른 차원에서의 정책수단들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할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예금보호 한도 축소로 약 30조원의 은행예금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지만 이에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은 신용도가 낮은 은행들, 특히 부실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등 강력한 금융구조조정을 통해 풀어가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라고 본다.

예금자 보호법 연기등 손쉬운 해법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금융지주회사 설립 등 기왕에 발표해놓은 대책들을 조속히 실행에 옮김으로써 시장의 불안을 해소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