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전면 시행이 이틀째로 접어들면서 각종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의약분업을 방해하려는 고의성이 엿보이는 처방전이 곳곳에서 발행되는가 하면 병·의원및 약국이 ''협력''을 빙자해 처방과 약품공급을 담합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꼭 있어야 할 중요한 의약품이 공급되지 않아 환자들이 애를 먹는 가운데 병원 전공의들이 파업을 계속해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의 치료가 차질을 빚고 있다.

◆''암호문'' 처방전=경기도 포천의 H의원은 ''부루펜 2백㎎''을 일반명이나 상품명이 아닌 의료보험 청구코드인 ''A05002021''로 기재했다.

이 처방전을 받은 약국은 코드를 일일이 확인해 조제하느라 애를 먹었다.

경기 안양의 한 안과에서는 안질환치료제인 ''토브라젝스''를 처방했으나 구하기 힘든 수입약품이어서 환자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서울 잠실의 S내과 등은 약품명을 영문으로 흘려써 약사들이 의원으로 다시 전화를 해 확인하느라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 동네의원은 약품용량 및 용법을 누락하거나 먹는 약이 있는데도 약국에서 미처 구비치 못한 주사제를 처방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의원들이 원외처방전 발행에 익숙지 않아 일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고의적인 골탕먹이기도 상당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병·의원과 약국간 담합논란= 노골적으로 담합 의도를 드러내는 의료기관과 약국도 없지 않다.

서울 영등포구 모 정형외과는 ''근처 A약국에 처방약이 모두 있다''는 안내문을 붙였다가 다른 약국의 항의로 곧바로 뗀 것으로 알려졌다.

클리닉빌딩에 입주한 의원들은 1층에 있는 약국으로 환자를 몰아주고 있다.

병·의원이 약사를 고용해 문앞에 약국을 개설한 곳도 있다.

특히 대형 약국이 의사를 고용해 약국 옆에 의료기관을 차려 처방전을 독식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종합병원에는 약국에서 보낸 고객유치용 차량들이 등장해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대형약국에서 보낸 ''호객꾼(속칭 삐끼)''들이 환자들에게 약국 지도 등을 건네며 유치전을 벌여 혼란을 부채질했다.

◆의료계 파업·폐업=2일 서울대병원과 서울백병원 전공의들이 파업에 돌입,전공의협의회에 등록된 1백7개 병원의 전공의 1만6천여명이 모두 파업에 들어갔다.

이로인해 응급실등의 치료가 지연됐으며 고려대 구로병원에서는 중환자실을 도맡던 호흡기내과 전임의 이신형(36)씨가 뇌출혈로 쓰러져 중태에 빠졌다.

전국 41개 대학 의대생들은 오는 9일까지 의약분업 찬반투표와 자퇴찬반투표를 벌이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2일 서울 인천 울산 경기 등지에서 동네의원의 폐업이 계속됐으나 폐업을 계속한 동네의원은 1일24.1%에서 2일에는 23.8%로 줄어들었다.

한편 검찰은 3일 오전 의료계의 강경투쟁을 주도한 한광수 의협회장 직무대행과 의쟁투의 최덕종 위원장 직무대리를 구속하고 김미향 이철민 의쟁투 운영위원에 대해 영장 실질심사를 신청했다.

전공의비상대책위 김명일 위원장등 3명에게는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김도경 기자 infof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