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이 전면 시행된 1일 환자들은 폐업이나 파업을 하지 않는 병·의원을 찾아 진료를 받고 제대로 준비도 안된 약국에서 약을 조제받느라 ''이중고(二重苦)''를 겪었다.

7월 한달의 계도기간으로 의약분업은 어느정도 준비가 돼 의약분업 자체로 인한 혼란은 크지 않았다.

다만 약국에 처방약품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데다 처방전을 든 환자가 밀려들면서 조제대기시간이 길어져 환자들이 부분적으로 불편을 겪었다.

그러나 병원과 종합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의 파업이 확대돼 외래환자 진료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또 서울 인천 경기 울산 강원 등에서는 일부 동네의원들이 이날부터 폐업이나 휴가에 들어가 환자들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의약분업 초기 혼선=위장병을 진료받기 위해 고려대 안암병원을 찾은 고모(25·여)씨는 "원외처방전을 발급받아 약국에서 약을 타는 과정이 번거로운 데다 약국에 약이 없어 되돌아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당뇨병으로 같은 병원을 찾은 이모(75)씨도 "나이 많은 사람도 병원과 약국을 오가야 해 불편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또 강남성모병원 등 대부분의 병원이 원외처방전 발행창구를 하나만 설치해 환자들의 불편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환자들이 밀려든 병원앞 약국에서는 긴 대기시간과 협소한 공간으로 인해 이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강남성모병원 앞 조달청 구내약국의 김모 약사는 "환자들이 몰리면서 일부 약이 품절돼 몇몇 환자를 다른 약국으로 보냈다"며 "약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당분간 환자들이 불편을 겪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처방전을 발급받아 홍제동의 동네약국을 찾았던 김모(56)씨는 "동네약국에 처방약이 없어 병원앞 약국으로 다시 왔다"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복지부에 설치된 의약분업비상대책본부에는 △약국에 약을 빌려줄 경우 위법인지 여부 △의약분업 예외대상 주사제의 범위 등을 문의하는 동네의원의 전화가 폭주했다.

서울대병원 등 일부 대형병원에는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약국에서 보낸 ''호객꾼''과 셔틀버스가 등장해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전공의 파업=신촌세브란스병원 강남병원 대전성모병원의 전공의들이 1일부터 파업에 가세,전공의협의회에 등록된 1백7개 병원중 1백5개곳에서 파업이 벌어졌다.

서울대병원과 서울백병원 전공의들도 2일부터는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따라 대형병원에서는 외래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수술이 연기돼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파업에 참여한 전공의들이 자원봉사 형식으로 응급실과 중환자실 분만실 등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으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심각한 진료차질이 우려된다.

◆동네의원 폐업=서울 인천 경기 울산 강원지역 동네의원들이 지역의사회 결의를 거쳐 1일부터 폐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역별로 폐업참여율이 40% 안팎에 머물러 환자들의 불편은 크지 않았다.

폐업에 참여하지 않은 동네의원들은 원외처방전을 발행하는 등 의약분업에 참여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은 의약품 이름을 일반명이나 상품명으로 써야 하는 처방전에 보험청구용 코드번호를 암호처럼 적거나 시판된 지 오래돼 거의 쓰이지 않는 약을 처방하는 등 고의성이 엿보이는 처방전을 내기도 했다.

김도경 기자 infof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