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안이 24일 변칙처리 됨에 따라 임시국회 막바지 의사일정이 파행을 겪었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이날 밤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예결특위 및 재경위 등 일부 상임위를 단독 운영한데 이어 25일 본회의에서 추경예산안과 국회법, 정부조직법 등도 강행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25일 자정까지 국회 본회의장에서 철야농성을 벌이며 실력저지키로 해 안건 처리를 둘러싸고 본회의에서 파란이 예상된다.

<> 처리 과정 =민주당 정균환 운영위원장은 이날 낮부터 세차례에 걸쳐 운영위 회의를 개회하기 위해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다.

여야 의원들간 고성이 오가며 밀고 밀리는 싸움이 이어지던 오후 2시27분께 민주당 간사인 천정배 수석부총무는 국무위원 답변석에서 마이크를 잡고 운영위 개의와 국회법 개정안 상정을 선포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마이크를 빼앗자 천 부총무는 육성으로 제안설명 등을 생략한채 안건이 의결됐다고 선언했으며, 여당 의원들은 박수로 동의했다.

그러나 속기록에는 "운영위원회 개의를 선언합니다. 의사일정 제2항 국회법 개정법률안을 상정합니다. 제안설명과...되었음을 선언합니다"라며 처리 과정이 불명확하게 적혀 있어 합법성 시비가 일고 있다.

<> 책임 공방 =민주당 박병석 대변인은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유감이지만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골프회동에서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15석으로 완화해 주기로 약속해 놓고도 신의를 저버림에 따라 원칙대로 밀고 나가게 됐다"고 해명했다.

박 대변인은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한나라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적법절차에 따라 안건이 통과됐기 때문에 전혀 법적 하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 정창화 총무는 "우리측이 골프회동에서 15석을 제안했다고 하는데 이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김대중 정권이 의회와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지키려는 의지가 있는지 근본적으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또 속기록에 법안의 통과를 알리는 부분이 빠져 있는 등 법안통과는 원천무효라고 선언했다.

<> 정국전망 =당분간 여야 대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당은 상임위 강행에 이어 본회의에서도 안건을 단독 처리키로 했으나 한나라당이 실력 저지 방침을 분명히 밝혀 극단적인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이만섭 국회의장은 단독처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변수가 되고 있다.

여당의 이번 국회법 단독처리는 자민련과의 철저한 공조를 통해 향후 남북관계법 등 주요 현안 처리에 주도권을 갖겠다는 포석을 깔고 있어 여야간 대화국면이 조성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정태웅.김남국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