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인시스템이 한전 직원들에게 주식을 상납한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 공무원이나 전문가집단의 벤처주식 투자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벤처열풍이 불면서 공무원 정치인 회계사 변호사 등 "힘 있는" 전문가집단의 일부가 벤처주식을 손에 쥐었다.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주식을 사례조로 받는 일이 공공연히 이뤄진 것이다.

벤처기업이 초기상태에 있을 때 수백만원에서 1천만~2천만원을 투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또 사업 관련자들을 소개해 주거나 이런저런 도움을 주고 사례로 주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금뇌물 대신 주식을 건네주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대형 증권사의 한 코스닥팀장은 "주식을 뿌리는 기업은 코스닥등록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 주(株)테크 흐름에 누가 끼는가 =벤처기업이 코스닥까지 가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관문이 많다.

일부 벤처기업은 창투사 투자를 받을 때부터 창투사 심사역들에게 싼값에 주식을 넘겨 잘 보이려 애쓴다.

벤처지정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청을 거쳐야 한다.

또 정책자금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등에 들락거려야 한다.

등록전에 회계사나 변호사들이 끼게 되는데 이들이 브로커로 나서는 경우도 있다.

또 주간사회사를 맡은 증권사는 코스닥주가가 떨어지면 시장조성의 위험부담을 져야 하므로 적극적인 로비대행을 맡기도 한다.

증권업협회나 코스닥증권시장(주)도 코스닥등록심사를 위해 거쳐야 할 곳이다.

<> 주테크 4대 유형 =업계에 따르면 공무원이나 전문직의 주테크 유형은 크게 네가지로 나뉜다.

먼저 압력형이다.

좋은 기업이라고 소문이 나면 정치인과 공무원, 공무원과 관련된 브로커들이 나서서 주식을 액면가로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다.

두번째는 이런 저런 편의를 봐주고 사례비조로 주식을 무상 또는 저가로 받는 경우다.

셋째는 단순투자형이다.

공무원들도 급여생활자라 큰 돈이 없어 친구나 아는 사람이 사업할 때 싼값에 프리코스닥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다.

마지막으로 자진상납형이다.

스스로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벤처기업들이 사전에 안전장치로 관계요로에 뇌물로 주식을 상납하는 경우다.

<> 문제점과 해결책 =원칙적으로 공무원도 재산을 굴릴 개인투자자로서 프리코스닥시장에 투자하는데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

더구나 장관들도 상장.비상장주식에 투자하는 마당에 일반직 공무원만을 문제삼는 것은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런 주식투자가 이들 기업을 감독하거나 규제해야 할 업무와 관련이 있을 경우 심각한 모럴 해저드와 뇌물수수에 따른 범죄행위로 번질 위험이 있다.

윤리적 문제 뿐만이 아니라 벤처시장의 기율 자체가 없어져 시장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업무관련성 주식투자를 금지하기 위해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또 벤처기업의 코스닥등록과 공개절차를 투명하게 만들어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개입할 수 있는 소지를 원천봉쇄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안상욱 기자 sangw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