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최저 65, 체온 37.7도, 안색 좋지 않음"

회사로 돌아가던 방문간호사 기타자와 노리코(여)씨는 자동차를 멈추고 방금 들렀던 집에 있는 한 노인의 건강상태에 대한 기록을 휴대전화에 입력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변경" 버튼을 눌렀다.

기타자와씨가 제공한 정보는 휴대전화의 아이모드(NTT의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타고 소속회사의 전산망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입력과 동시에 데이터 베이스로 축적됐다.

"어디 이상은 없습니까, 열은 어떻습니까?"

TV화면을 응시하면서 히라바야시 미에코(여)씨는 고령으로 몸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남편의 상태를 보건센터 담당자와 의논했다.

보건센터는 TV전화로 남편을 진찰한 후 혈압, 심전도 등의 데이터를 곧바로 시민병원의 컴퓨터에 보내 환자의 정보를 병원과 개호시설이 같이 공유하도록 했다.

고령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황금시장으로 자리잡은 일본의 개호서비스 산업에도 정보기술(IT) 혁명의 바람은 예외없이 거세게 불고 있다.(개호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기관의 간호와 달리 지체부자유자,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재택환자 등이 주고객이며 전문회사들이 일정한 시간마다 고객 집을 돌면서 유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상고객은 고령의 노인이지만 전문업체들은 조금이라도 일손과 시간을 덜면서 보다 과학적으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보통신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의료법인 순심회는 벤처기업 스리덴이 개발해 작년 7월부터 운용을 시작한 인터넷 방문개호시스템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순심회는 기타자와씨의 경우처럼 방문간호사들이 고객 집을 돌면서 체크한 각종 기록을 현장에서 수시로 인터넷을 통해 입력시키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든 정보가 정해진 타입과 순서로 고스란히 보존되면서 직원들의 업무능률은 예전과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과거에는 직원들이 간호일지를 일일이 작성했는가 하면 시 당국에 제출하는 서류를 만들기 위해 밤 늦게까지 작업하는 일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서류작업 등 사무처리 부담이 크게 줄어들면서 현장을 발로 뛸수 있는 시간은 역으로 더 많아져 개호보험제도 도입후 고객들이 급증했어도 서비스의 질적저하를 염려하지 않고 있다.

기후현의 한 중소도시에 사는 히라바야시씨는 병원 개호서비스회사 보건센터 등을 함께 묶는 종합디지털통신망(ISDN)의 원격진료 혜택을 최대한 누리는 사람이다.

그는 "이상이 있으면 즉시 영상으로(의료기관에) 전달하고 지시를 받는다"며 "의사와의 거리가 한층 좁혀진 느낌"이라고 털어놓고 있다.

히라바야시씨의 경우 버튼을 누르면 곧 바로 보건센터에 연결되고 주치의가 화면에 나타나 영상전화를 통해 진찰하고 처방을 내려준다.

후지쓰가 개발한 이 시스템은 이제 보급 초기단계에 있지만 시설, 방문에 이은 제3의 개호서비스로 뿌리를 내릴 것이라고 이 회사 관계자들은 자신하고 있다.

일본 후생성에 따르면 혼자서 거동할 수 없어 누워만 지내는 노인은 현재 전국적으로 1백20만명에 이르고 있다.

신종 비즈니스의 하나로 고성장 채비를 갖추기 시작한 개호서비스업의 입장에서는 막대한 잠재고객이 대기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일본 전문가들은 " 업체와 고객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도 최신 정보기술의 활용은 불가피하다"며 "IT는 개호현장의 모습을 크게 바꿀 중요 변수의 하나임이 틀림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