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순식간에 무기력 장세로 변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 800선마저 힘없이 붕괴되자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가하락의 원인은 외국인 매도세, 자금유입부진 등 여러가지가 거론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에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상실과 이에따른 자금시장의 불안이 주가하락의 최대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증시안정과 경영의 투명성을 위해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를 활성화하겠다던 정책당국의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투신권 자금유입이나 자금시장 안정 등 정부가 발표한 정책도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책 실패가 주가급락을 불렀다는 이야기다.

<> 오락가락.늑장 행정 =투신사의 주식매수여력을 늘려 줄 새 상품의 판매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은 늑장행정의 대표적 사례다.

여기에 적대적 M&A에 대한 정부정책마저 오락가락하고 있다.

비과세상품의 경우 당초 발표와는 달리 정부가 농특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 정책신뢰를 잃은 케이스다.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할 예정이었던 국회마저 여야간 정치싸움으로 공전되고 있어 비과세상품의 판매시기가 더욱 늦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준개방형 뮤추얼펀드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선 환금성을 높인 회사형 투자신탁이 투신사에 허용되면 시중자금이 투신사에 몰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증권투자회사법 시행령 개정이 늦어져 판매되지 못하고 있다.

19일부터 판매가 허용된 주식형 사모펀드는 적대적 M&A에 이용될 소지를 없애기 위해 표준약관 승인이 늦어졌다는 후문이다.

이는 재정경제부가 적대적 M&A를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한 것과는 상반되는 태도다.

정부내에서조차 적대적 M&A에 대한 의견일치가 이뤄지지 않아 정책이 오락가락 하고 있는 셈이다.


<> 자금시장 불안 여전하다 =채권전용펀드를 통해 자금시장을 안정시키겠다던 정부의 정책도 겉돌고 있다.

은행보험권에서 모으기로 한 10조원중 고작 2조9천억원만 모였을 뿐이다.

이 때문에 프라이머리 CBO(채권담보부증권)를 통해 모처럼 자금난을 덜 것으로 예상했던 중견.중소기업은 발행이 연기돼 다시 극심한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H기업의 경우 CP(기업어음) 금리가 7%대인데도 한달짜리 CP를 8%대에 팔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특히 회사채 금리가 8%대까지 낮아졌음에도 불구, 일부 우량기업을 제외하면 회사채발행은 꿈꾸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 정책 신뢰회복해야 시장이 안정된다 =증시전문가들은 주가 폭락 요인을 투신권 자금유입 부진과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의 좌절 때문이라고 요약한다.

여기에 외국인의 매도 전환까지 겹쳐 투자심리가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11일 거래량 8억주가 넘는 거래폭발현상이후 시장체력이 보강되지 못하고 있음을 주시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우선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회복해야 주식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이 한결같은 지적이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