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살고있는 한국인들의 대화에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택시기사들의 불친절이다.

기사들의 거친 언행과 매너가 문제가 돼 큰 시비가 일어난 적은 아직 없지만 대다수 한국인들은 "편안하고 친절한 도쿄택시"가 옛말이 돼버렸다고 입을 모은다.

미소와 공손한 말씨를 떠올리며 택시를 이용했던 한국인들 중에는 기사의 반토막 말과 짜증에 질려 기분을 잡친 사람이 허다하다.

불쾌한 경험을 한 한국인들은 대개 승객이 일본인이 아님을 알아챘을 때 기사의 거친 태도와 기분나쁜 표정이 노골화됐다고 지적한다.

지리를 모른다며 투덜대거나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영수증도 주지않는 기사가 적지 않다.

이때문에 "손님 대접"을 아예 기대하지도 않는다는 사람이 많다.

한국인 승객들은 택시의 불친절 원인을 일본경제의 장기불황에서 누적된 피로와 외국인증가에 따른 피해의식에서 찾고 있다.

불황으로 안 그래도 먹고 살기가 힘들어진 판인데 일자리를 찾으러 온 외국인들이 늘자 경계심과 의구심이 강해진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상당수 한국인들은 택시의 불친절 뒤에 숨어 있는 민심 변화를 더 주목하고 있다.

택시기사들이 사회 밑바닥에 흐르는 민심동향의 안테나 구실을 한다고 볼 때 서비스의 질적 저하는 서민들의 거칠어진 인심을 대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불친절이 특정지역 국가의 외국인들에만 한정된 것이라면 이는 민심문제를 떠나 배타적 차별주의로 번질수 있다고 한국인들은 우려하고 있다.

도쿄택시는 런던택시와 더불어 자가용처럼 편안한 택시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인식돼 왔다.

자연 기사들의 수준높은 서비스와 고품격 매너는 세계 각국 운수업계로부터 벤치마킹의 대상이 돼 왔고 일본은 이같은 점을 내심 자랑스럽게 여겨왔다.

그러나 친절과 미소를 싣고 달려야 할 도쿄택시는 이제 외국인 체류자들에게 일본의 이미지를 구겨버릴수 있는 기분나쁜 운송수단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

일본의 운수업계와 시민단체는 택시를 통해 외국인들의 눈에 투영된 일본의 이미지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자성해 볼 일이다.

불쾌한 도쿄택시를 보면서 우리의 서울택시는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비치고 있을지가 궁금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