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산이 없으면 궤양이 없다"는 치료 격언이 회자된 적이 있었다.

궤양은 위산 때문에 생기며 위산을 억제하면 궤양이 잘 치료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엔 이 말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Hp)가 없으면 궤양도 없다"는 말로 바뀌었다.

이는 Hp균에 감염돼 있지 않으면 궤양이 안 생긴다는 말이다.

그러나 Hp균이 궤양을 유발하는 중대한 요인이긴 하지만 너무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한번 궤양이면 영원한 궤양이다"이라는 격언도 있다.

궤양은 재발되기 쉬워 치료가 매우 어렵다는 의미다.

소화기궤양의 일반적 약물요법과 Hp균의 박멸요법을 홍원선 울산대 서울중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심찬섭 순천향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전통적인 약물요법=소화성 궤양의 주요 원인인 위산과 펩신(단백질 소화효소로서 점막을 소화시켜 궤양을 만들며 산성하에서 활성화된다)의 작용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한 약물로는 <>위산을 중화시키고 펩신을 억제하는 제산제 <>위산분비를 억제하는 항콜린제 항가스트린제 항히스타민제 <>위점막을 보호하고 재생을 촉진하는 점막보호제 조직수복제 등을 꼽을 수 있다.

제산제는 알루미늄 마그네슘 칼슘 나트륨 등의 금속이온에 수산화이온(OH)이 결합한 것으로 위산의 수소이온(H)를 중화시킨다.

금속이온은 인체 전해질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약과 같이 복용하면 원하는 약효를 얻지 못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나트륨은 수분배출을 억제하므로 고혈압 신장병 심장병 환자에게는 나쁘다.

알루미늄 함유제제는 위장평활근육의 수축을 저해,변비 소화불량을 초래한다.

골다공증 정신질환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마그네슘 제산제는 설사를 일으키기도 하나 변비환자에게는 오히려 좋고 다량의 우유나 칼슘제제와 같이 복용하면 알레르기성 거부반응이 일어나기도 한다.

알루미늄 성분은 변비를,마그네슘 성분은 설사를 일으키므로 조화롭게 섞으면 장 운동을 조절할 수 있다.

조직수복제로는 수크랄페이트 세트라세이트 제제가 있다.

수크랄페이트는 상처난 궤양부위에 달라붙어 점막성장인자가 파괴되지 않도록 보호함으로써 위점막이 스스로 재생되도록 유도한다.

몸에 흡수되는게 아니므로 부작용이 없고 다른 약과 달리 담배를 피우는 위궤양 환자에도 약효가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

점막보호제인 미소프로스톨은 프로스타글란딘을 보충하는 약으로 소염진통제를 먹어 위장에 궤양이나 천공이 생겼을 때 주로 쓰인다.

소염진통제는 프로스타글란딘을 억제해 통증을 완화하지만 위산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항콜린제는 위산분비와 장운동을 촉진하는 아세틸콜린을 억제하는 약으로 피렌제핀이 대표적이다.

항가스트린제는 위산분비지령을 내리는 가스트린을 억제하는 약으로서 프로글루미드제제가 있다.

항히스타민제는 위산을 분비케하는 히스타민2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으로 시메티딘 라니티딘 파모티딘 등이 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박멸요법=위십이장궤양에 걸린 사람의 50~95%에서 Hp균이 발견돼 이를 박멸하는 요법이 최근 치료의 주종을 이루고 있다.

보통 위산분비억제제로 위산의 분비를 감소시키고 Hp균 제거에 용이한 환경을 조성하며 항생제로 Hp균을 제압한다.

이 약물요법을 2주간 실시하면 환자의 90~95%정도는 Hp균을 제거할 수 있다.

위산분비억제제로는 위산의 수소이온을 만드는 프로톤펌프를 억제하는 오메프라졸 란소프라졸 판토프라졸 등이 처방된다.

제균을 위해서는 아목사실린 메트로니다졸 클래리스로마이신 테트라사이클린 등의 항생제 가운데 한두가지를 쓴다.

클래리스로마이신은 산성환경에서도 약효가 잘 나타나며 내성이 적어 많이 쓰인다.

메트로니다졸은 박멸효과가 좋으나 내성균이 빠르게 생기는게 단점이다.

최근엔 라니티딘과 구연산비스머스 복합제로 위산분비억제 위점막보호 Hp균제압 등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