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열린 국회 본회의는 대정부 질의 도중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의 "청와대 친북세력" 발언을 둘러싸고 여야가 격돌, 본회의가 6시간이상 정회되는 파행을 겪었다.

여당은 권오을 의원과 이회창 총재의 사과를 요구한 반면 야당은 여권의 대북 "저자세" 시정을 촉구하며 극한 대치로 치달았다.

<> 발단 및 정회 =권오을 의원은 대정부 질문 도중 북한의 이회창 총재 비방발언과 관련, 정부측의 소극적인 대응을 지적하고 "청와대가 언제부터 친북세력이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 "권 의원의 발언이 개인적인 것인지 아니면 이 총재가 지시해 조직적으로 행한 것인지 묻고 싶다" 며 발언 취소와 속기록 삭제를 요구했다.

천 의원은 이어 "이회창 총재가 직접 해명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지 않으면 대정부 질문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강경론을 폈다.

이에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이 권 의원의 옹호에 나서자 민주당측에서 "말장난하지 말라"는 고함이 터져 나오면서 여야간 삿대질이 오갔다.

그러자 중재에 나선 이만섭 의장은 "이 자리에서 여야가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누구를 위한 것이냐, 다함께 냉정을 요구한다"며 정회를 선포했다.

여야는 곧바로 의원총회를 열어 상대방을 집중 성토한데 이어 이회창 총재의 사과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펼쳤다.

민주당이 권오을 의원의 의원직 제명, 이회창 총재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강경입장을 고수하자 한나라당은 "이 총재가 사려깊게 남북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남궁진 청와대 수석의 발언을 문제 삼아 사과를 요구했다.

<> 수습 =의총이 끝난뒤 민주당 정균환, 한나라당 정창화 총무가 두차례에 걸친 협상을 벌여 남궁진 수석과 권오을 의원이 사과하는 방향으로 수습하기로 합의, 본회의 재개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남궁진 수석은 본회의 속개에 앞서 국회 한나라당 총재실로 전화를 걸어 "정부가 노력한다는 표현이 물의를 일으켰다"며 유감의 뜻을 전했다.

권 의원도 본회의에서 "''친북세력''이란 표현은 ''용공세력''을 뜻한게 아니었다"고 해명, 파문을 일단락지었다.

김형배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