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은 세계 어느 무대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브랜드와 재능 있는 인재들을 보유한 자본력 있는 패션전문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삼성물산 에스에스패션을 자산인수 방식으로 M&A해 업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제일모직 원대연 대표는 지난 1년간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통합 이후 패션비즈니스에 가장 적합한 사업구조를 구축했으며 그 결과 올해는 경상이익만 1천억원을 바라보게 됐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사실 업계에서는 국내 신사복시장 1위와 3위를 차지하던 동종기업의 통합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갖고 올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더 거대한 몸집으로 시장을 독식하려는 것은 아닌지,패션사업의 본질을 간과한 채 질보다는 물량으로 밀고 나가는 대기업의 맹점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아닌지 많은 관계자들이 의문을 가졌다.

그러나 원 대표는 새로 태어나는 제일모직의 모양새를 "실력과 자본을 겸비한 전문업체"쪽으로 잡아나갔다.

"조직력과 영업력이 탁월했던 에스에스패션의 장점과 제품 품질에서만은 최고임을 자부했던 제일모직의 강점을 합친 회사를 만드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또 그동안 집착했던 외형과 물량이라는 단어를 과감히 내던지고 "패션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잣대로 브랜드를 평가했습니다"

통합 당시 장사 잘되던 브랜드도 전망과 내실이 없다고 생각되면 과감히 버렸다.

반면 여성복은 캐주얼이나 신사복에 비해 많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패션회사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체질 강한 패션회사로서 살아남기 위해 이같은 "선택과 집중"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원대표는 밝혔다.

개인 컬렉션을 열고 활동하고 있던 유명 디자이너들을 "객원 디자인실장"자격으로 스카웃하거나 실력 있는 디자이너에게는 연공서열을 무시한 파격적인 연봉을 지급하는 등 대기업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작업들도 패션기업으로서의 얼굴을 다듬어 나가기 위해서라면 주저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또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 37억원을 투자,패션정보 웹사이트 운용 및 국내 최대 규모의 패션 데이타베이스를 구축하는 등 업계 발전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음을 강조했다.

"디자인 전문성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패션브랜드를 탄생시키는 길만이 글로벌 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원대표의 "브랜드가 기업 자산"이라는 신념은 빈폴 등 제일모직 제품들을 국내 각종 리서치의 브랜드 인지도 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또 로가디스의 언컨수트는 날씨가 더운 대만에서 획기적인 제품으로 인정받으며 인기를 얻고 있고 갤럭시와 라피도는 중국에 수출되고 있다.

골프웨어 아스트라는 지난해 미국에 진출해 4백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린데 이어 올해는 8백50만달러 가량의 물량을 주문받는 등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 설현정 기자 so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