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나라들이 물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다.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가뭄과 같은 환경재앙으로 전세계의 지하수와 우물은 말라가고 있다.

그럼에도 지구촌의 인구는 급증하고 있어 해마다 8천만명의 사람들이 물이 모자라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앞으로 반세기안에 약 30억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물부족사태에 직면해 있는 나라에 태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도한 수자원 낭비는 주로 지난 50여년동안 이뤄졌다.

디젤과 전기로 작동되는 강력한 펌프가 인간에 의해 발명되고 나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소비되는 물의 70%는 관개사업에 이용되고 있다.

또 20%는 공업용수로,나머지 10%는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물을 얻기위해 점차 치열해지는 경쟁속에서 농업부문에 사용되는 물의 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인도의 경우 밀 1t(2백달러치)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1천t의 물은 이보다 50배나 가치가 높은 공업제품을 생산하는데 이용될 수 있을 정도로 농업용수는 공업용수보다 훨씬 많이 든다.

이는 농업용수의 효율성이 공업용수의 효율성보다 크게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물에 대한 수요는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개도국의 많은 국민들이 도시의 아파트로 이주함에 따라 주거용 물의 사용은 이전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람들이 보다 많은 패스트푸드와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먹게 되면서 더 많은 곡물이 가축사료로 사용되고 있다.

늘어나는 곡물수요로 농작물재배가 급증하면서 농업용으로 쓰이는 물의 양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과거엔 물부족이라고 하면 특정지역의 일로 치부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제는 국경을 넘어 국제 곡물교역에서도 물부족 문제는 심각한 현안으로 떠 올랐다.

세계에서 곡물수입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북아프리카와 중동이다.

이 지역의 거의 모든 국가들은 빠른 인구증가와 함께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 지역의 물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이지역 국가들은 관개용 물을 다른 용도로 쓰고 있다.

이에따른 식량생산감소는 곡물수입증가를 초래하고 있다.

지난해 이란은 7백만t의 밀을 해외에서 수입,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밀수입국이 됐다.

올해의 경우 이집트가 세계 2위의 밀수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우리가 물부족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히 물을 적게 소비한다면 전세계 곡물수확은 연간 1억6천만t이나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는 국제 곡물가격 앙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이 부족한 국가들이 앞으로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들 국가는 장차 물부족사태를 넘어 식량부족사태도 함께 겪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들 물부족 국가들때문에 식량이 남아도는 국가들도 위기를 맞을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 새로운 수자원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긴 하다.

그러나 물에 대한 수요와 공급간 균형을 맞추려면 인구증가율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수자원 사용효율을 높여야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걸음은 물낭비를 초래할 수 있는 물보조금을 폐지하고 물값을 올리는 일이다.

정리=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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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세계환경보호단체인 월드워치연구소의 레스터 R.브라운 소장이 최근 국제수자원회의에서 행한 연설을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