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디 사발은 1970년대초 탁월한 재능을 갖춘 비올라 다 감바 주자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비올라 다 감바는 첼로처럼 무릎으로 감싸서 연주했던 고악기.

소리가 섬세하고 아름답지만 음색과 음량에 한계를 보여 첼로에게 자리를 양보한 악기이기도 하다.

사발은 이 악기를 중심으로 중세와 르네상스 음악을 주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바흐의 "비올라 다 감바와 쳄발로를 위한 소나타"(알리아복스)가 대표적인 그의 연주음반.

고음악 건반악기의 대가 톤 쿠프만과 함께 녹음했으며 최근 수입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피아노가 아니라 쳄발로라서 더 부드럽고 우아하게 느껴지고 첼로보다 공명이 더 큰 다 감바의 음색을 그대로 살리고 있는 음반이다.

특히 트리오 소나타 3번과 담백한 느낌의 2악장 아다지오는 대가들의 연주라는 생각을 접고도 정말 감동 그 자체를 전해준다.

스페인 카탈로니아 지방,어느 성의 부속교회에서 녹음된 이 음반은 우리 시대 진정한 바로크음악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

사발은 스페인 1987년 바르셀로나에서 "라 카펠라 레이알데 카탈루냐"와 "르 콩세르 드 나시옹"이란 연주단체를 만들면서 고음악 연주에 더욱 주력한다.

주로 바로크와 초기 낭만주의 오케스트라나 교향악적인 레파토리를 연주하는 데 힘을 기울인다.

그래서 나온 음반중의 하나가 헨델의 "수상음악","왕궁의 불꽃음악"(오스트리).

왕이 템즈강에서 뱃놀이할 때 연주한 곡이란 점을 살려 빠르고 경쾌하게 연주하는 맛이 일품이다.

현대의 악기로 연주한 것보다 가벼운 분위기로 가져가 완전히 다른 음악을 만들고 있다.

고악기 특유의 그윽한 소리와 넓은 공간서 왕의 주위로 울려퍼지는 음악,음의 원근감이 바로 곁에서 연주하는 듯 하다.

18세기로 돌아가 듣는 것 같다.

장규호 기자 seinit@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