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는 비싸다.

올해 LA오토쇼에 선보인 코니시모델은 36만달러.

원화로 무려 4억원을 웃돈다.

롤스-로이스는 한때 현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차였다.

만들 수 있는 숫자도 제한되어 있었지만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구매자는 물론 가계(家系)까지 따져서 판매했기 때문이다.

자동차역사상 수많은 자동차회사들이 태어났다 사라졌지만 수작업을 통해 차를 만드는 회사로는 유일하게 살아남아 상류사회의 상징이 된 롤스로이스.

이렇게 롤스로이스가 명차의 단계를 넘어 예술적인 가치를 지닌 명품으로 자리매김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성능이 대단하다.

1904년 귀족 롤스와 평민 로이스의 합작으로 탄생한 롤스로이스는 1906년 런던 모터쇼에 7천cc의 6기통 엔진에 48마력의 힘을 내는 롤스로이스 40/50모델을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명차 대열에 합류했다.

지금이야 4천cc정도면 10배 가까운 4백마력의 파워를 내는 것이 보통이지만 당시에는 이 정도 엔진도 대단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또한 롤스로이스는 청진기로 엔진소음을 체크하고 라디에이터 위해 동전을 올려놓고 크랭크축을 움직여도 동전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롤스-로이스를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끌어올린 것은 13번째 40/50모델인 실버 고스트였다.

이 차는 당시로서는 경이적인 속도인 시속 1백km의 성능을 갖고 있었다.

실버 고스트는 차체 전부를 은빛 알루미늄 플레이트를 입히고 헤드 라이트.라디에이터 그릴.엠블렘을 모두 은빛 페인트로 칠한 차량이었는데 너무 조용해서 "은빛 유령"이 움직이는 것 같다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최초의 실버 고스트는 80만km를 주행했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롤스로이스는 파르테논 신전을 본 따 만든 중후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차체는 썩어도 가죽은 남는다"는 신화를 만들어낸 최고 품질의 코널리 통가죽,유리알처럼 매끈하게 재단된 목재부품이 상징적이다.

또 2백50조각으로 제작된 호두나무 장식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무르익은 장인들의 솜씨와 자존심이 어울어져 품위와 여유가 넘쳐 흐른다.

지금은 폴크스바겐에 매각됐지만 여전히 전세계 왕실과 선택받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명차다.

< 김채원 현대.기아자동차 연구개발본부 부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