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0일 오후11시 상하이 북쪽 양쯔강변에 있는 와이가오차오(外高橋) 컨테이너 터미널.

50m 간격으로 솟아있는 조명등이 길이 9백m 선석(船席)을 대낮처럼 밝히고 있다.

3천TEU급 컨테이너 화물선 3척에 각각 3~4개씩 붙어 있는 대형 크레인은 배 갑판과 부두 사이를 오가느라 분주하다.

난징(南京)과 쑤저우(蘇州) 쿤산(崑山) 등 주변 도시에서 실려온 수출화물을 배에 싣고, 일본과 한국으로부터 들어온 수입품을 부두에 내려놓는 작업은 한밤에도 쉼이 없다.

"작업자들을 하루 3교대로 돌려가며 24시간 크레인을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밀려드는 수출입 화물을 바로바로 처리하기가 힘들다.
최근 수출입 화물이 크게 늘면서 화물선 적체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와이가오차오 터미널의 왕궈슈(汪國秀) 주임은 "상하이항구는 지금 만원"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상하이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적정 처리능력을 넘어선지 오래다.

지난해 상하이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4백21만TEU.

터미널 처리능력(3백22만TEU)을 30%나 초과했다.

이 때문에 상하이항은 컨테이너를 부두 야적장밖에 쌓아두는 편법을 쓰고 있다.

상하이항의 물동량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건 지난 90년대 후반.

94년 당시 1백20만TEU였던 컨테이너 처리량은 푸둥개발에 힘입어 매년 30%씩 증가했다.

올해도 상하이항의 컨테이너 취급 규모는 5백25만TEU로 지난해보다 25%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상하이는 태평양 연안의 세계적인 물류센터로 급부상하고 있다.
베이징 서울 도쿄 싱가포르 등 국제도시들의 중심인데다 중국의 황금수로(黃金水路)인 양쯔강 입구에 있어 지경학적 위치상 요지이다.

현재 노트르담 홍콩 싱가포르 부산 등과 함께 세계 6대 항구이지만 2~3년안에 부산 등을 제치고 3위나 4위 반열에 오를 것이다"(상하이항무국 장신셴(張新賢) 계획통계처장)

중국 안에서 봐도 상하이는 물류 중심지로 뜰 수 밖에 없는 곳이다.

거대한 생산과 소비시장을 배후에 끼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만 보자.

이 도시는 중국 전체 국토의 0.1% 면적에 불과하지만 공업생산액으론 전체의 31.7%(99년 9월 기준)에 달한다.

양쯔강을 타고 올라가면 상하이의 위상은 더욱 실감난다.

상하이에서 쓰촨(四川)성의 충칭(重慶)에 이르는 양쯔강 유역엔 70여개 도시가 포진해 있다.

이 유역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중국내에서도 기계 석유화학 조선 방직 전자공업 등이 가장 발달한 지역이다.

시야를 화동경제권의 핵심인 장장삼각주에 맞춰도 마찬가지다.

남한만한 면적에 인구가 7천만명에 이른다.

이 삼각주는 후닝고속도로(상하이-난징)와 후항고속도로(상하이-항저우)로 연결돼 있다.

그안엔 수저우 쿤샨 등 내로라하는 제조단지가 몰려있다.

대부분 상하이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 안쪽이다.

상하이를 중국내 물류중심으로 떠받치기에 충분한 제조기반이다.

물론 상하이항은 한계도 있다.

무엇보다 수심이 얕다.

보통 바다깊이가 10m 이상은 돼야 대형 컨테이너선박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하지만 상하이 앞바다 수심은 7m.

그래서 상하이시는 15년 계획을 세워 수심을 12.5m까지 깊게 하는 준설작업을 벌이고 있다.

"수심만 어느정도 확보되면 상하이가 동북아의 허브항구로 자리잡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상하이는 중국과 세계가 맞닿는 접점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샤예량(夏業良) 푸단대 경제연구센터 부원장)

<> 특별취재팀 =정동헌(영상정보부) 한우덕(베이징특파원) 하영춘(증권1부) 차병석(벤처중기부) 박민하(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