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여름이면 일사병이 먼저 떠올랐다.

이제는 그보다는 냉방병을 걱정하는 시대다.

30대의 건장한 회사원 김모씨.

아침 8시에 출근해 밤 12시까지 야근을 한 뒤로 두통과 현기증이 생기더니 눈과 목이 따끔거리는 증상을 느꼈다.

단순한 피로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밤이 이슥할 때까지 술을 마셨을때보다 더 피곤한게 이상했다.

이럴땐 냉방병과 빌딩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날이 더워지고 에어컨 가동시간이 늘어나면서 건물마다 창문을 꼭꼭 닫고 일하는 곳이 많아졌다.

현대인은 사무실을 비롯해 지하철 상점 음식점 자동차 등의 밀폐된 실내공간에서 하루의 80% 이상을 보낸다

심지어 운동조차도 야외가 아닌 실내에서 하는 추세다.

이처럼 실내공간의 오염과 장시간의 실내생활은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중의 하나다.

여름철 건강을 해치는 새로운 주범으로 등장한 빌딩증후군과 냉방병에 대해 고완규 을지병원 가정의학과장,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인규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빌딩증후군 =밀폐된 실내공간에서 장시간 생활함에 따라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을 통틀어 일컫는다.

이러한 증세는 맑은 공기를 쐬면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간혹 위중한 급만성 질환으로 악화될수 있다.

공기순환이 잘 안돼 실내공기가 탁한데다가 담배연기를 비롯해 세균 곰팡이의 부유물,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라돈가스, 화학약품 플라스틱소재 등에서 나오는 포름알데히드 등 자극성 화학물질 등이 실내공기오염을 가중시킨다.

낮은습도 전자파 소음 불쾌한 작업장 분위기 낮은 작업만족도 등도 빌딩증후군을 유발하는 요소다.

눈의 충혈 인후의 자극 기침 피로 두통 어깨통증 피부 붉어짐 메스꺼움 현기증 무기력 등이 나타나며 기억력 감퇴 등 정신적 피로가 나타난다.

또 이같은 빌딩증후군은 여성이나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 알레르기를 보였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2배 정도 더 영향을 미친다.

고완규 과장은 "빌딩증후군은 "환경요인에 의한 산업병"이라고 할 수 있다"며 "실내의 채광 온도 습도 공기청정도를 자연환경에 가깝게 조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위적인 조절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1시간 간격으로 환기를 시키고 <>자주 바깥 바람을 쐬면서 몸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고 <>물을 자주 마시는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 냉방병 =무더운 외부 기온에 비해 너무 낮은 실내온도를 유지해 인체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증상이다.

한마디로 자율신경계의 탈진이다.

날이 더워질때 우리 몸은 1~2주의 적응기간이 소요된다.

이 사이에 자율신경계의 무리가 따르는데 피곤하고 소화가 잘 안되며 두통이 생기기도 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우리 몸은 새로운 환경에 맞게 조절된다.

그러나 에어컨 탓에 현대인들은 이런 순응의 기회를 잃어버렸다.

대신 밤낮으로 순응을 반복해야 한다.

"순응" 기간에 발생하는 자율신경계 증상이 밤낮으로 계속 나타나는게 냉방병이다.

증상은 빌딩증후군과 비슷하나 코나 기관지 점막이 건조해짐으로써 세균이 기도에 침입해 감기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냉방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30~60분 간격으로 실내 공기를 자주 순환시키고 실내외의 온도차가 5도를 넘지 않도록 한다.

실내가 춥게 느껴진다면 소매가 있는 가벼운 옷을 걸치고 역시 물을 자주 마신다.

<> 레지오넬라병 =고층 건물의 냉각탑에 레지오넬라균이 에어컨 공기를 통해 실내로 번지면 감염증을 일으킬수 있다.

이 세균은 원래 호수 논 등에 널리 분포하는데 25~42도의 따뜻한 물을 좋아해 온도가 알맞은 인공급수시설과 냉각수 수조 등에서 흔히 발견된다.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되면 고열 오한 등 폐렴 증상을 보인다.

건강한 사람은 감기처럼 지나가거나 항생제 투여로 회복된다.

그러나 평소 호흡기질환이 있거나 저항력이 약한 노약자 영유아환자는 자칫 생명을 잃기도 한다.

초기에 주의를 기울여 치료받아야 한다.

세균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냉각수가 들어 있는 냉각탑을 정기적으로 소독하고 냉방기 속의 필터도 주기적으로 청소해 줘야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