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7시50분 서울 역삼동 리츠 칼튼 호텔 기자회견장에 분홍색 스카프를 두른 거대한 체구의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입장했다.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봉주르''라고 인사하는 그의 풍모에서 금세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7년만에 내한한 그지만 한국이 그리 낯설지 않은 듯 했다.

"왜 뉴욕에서 14시간이나 걸려 한국에 가느냐고 자문해봤습니다.

UN 평화대표로서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공연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 생각했습니다.

두번의 내한공연을 통해 좋은 추억을 갖고 있어서 또 오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파바로티는 올해로 65세.

성악가로서는 이제 은퇴해야 될 나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노령의 카를로 베르곤치도 올해 카네기 홀에서 오페라 ''오텔로''를 끝내지 못하고 중단했는데 파바로티는 언제까지 노래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아직 좋은 상태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아버지도 88살이지만 역시 건강하게 노래를 즐깁니다.

앞으로 노래를 줄여야 하겠지만 언제 그만둬야 할지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라이브 콘서트는 항상 새로움을 주기 때문에 쓰리 테너 콘서트도 계속 해나갈 겁니다"

이번 공연은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뜻에서 마련됐다.

그는 "지난번 남북 두정상이 만난 것을 뉴스를 통해 알았다"며 "북한이 요구만 하면 북한에서도 공연할 생각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매년 전쟁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위한 ''파바로티와 친구들''이란 공연을 하고 있는 음악인다운 답변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열살 때 2차대전이 끝났습니다.

그때 겪은 일들은 아직 잊지 못하죠.

평화의 바램을 담아 전 세계를 돌며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파바로티의 ''한반도 평화콘서트''는 오는 30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2시간30분간 열린다.

''파바로티와 함께 하는 평화의 공연''이란 제목으로 두 차례 무대에 오른다.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중 ''오묘한 조화'' 등 12곡을 부를 예정이다.

2부 시작전에는 소프라노 박미혜, 바리톤 최종우와 1천2백여명의 합창단 등 국내 음악인들이 참가해 공연을 빛낸다.

<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