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부터 시작되는 채권싯가평가는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채권싯가평가란 채권의 가격을 시장가격으로 매일매일 평가하는 것.

따라서 공사채형 수익증권 등 채권을 편입하고 있는 펀드의 기준가격도 매일 달라지게 된다.

유통수익률이 높아진 채권(가격이 낮아진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펀드는 기준가가 낮아질 것이다.

반면 편입채권의 유통수익률이 내려가면(채권가격이 올라가면) 펀드의 기준가는 높아진다.

채권싯가평가는 먼저 시중금리에 영향을 미쳐 주가를 움직이게 만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단기적으로는 금리상승을 몰고 올수 있으며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투신사의 손익구조를 개선시키고 채권시장을 활성화시켜 금리안정 및 주가상승을 뒷받침할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 단기적으론 불안요인 =현재 투신사 및 은행이 운용하고 있는 펀드는 채권을 장부가로 평가하고 있다.

금리가 올랐다 하더라도 펀드 기준가격은 변동이 없다.

투신상품이 저축상품과 다를바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금리변동을 즉각 펀드가격에 반영하면 투신상품은 완전한 실적상품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투신상품을 저축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는 투자자는 더이상 투신상품에 넣어 두지 않고 은행 정기예금 등 "진정한" 저축상품으로 자금을 이동시킬 가능성이 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특히 채권싯가평가 초기에 공사채형 펀드로부터 자금 이탈이 일어날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싯가평가가 펀드 자금이탈->보유 채권 매각 압박->금리 상승->주가 불안의 악순환을 몰고 올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는 진단이다.

대신경제연구소는 부실 펀드의 경우 당장 7월1일부터 가격이 크게 떨어지게 돼 금융시장 불안을 불러 일으킬수 있다고 우려했다.

<> 장기적으론 호재 =하지만 시간이 흘러 채권싯가평가가 정착되면 상황이 호전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펀드 손실은 지금까지 펀드 운용기관, 즉 투신사가 대부분 떠안았다.

장부가대로 쳐서 고객에게 원리금을 지급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권싯가평가가 시행되면 펀드 손실은 고객의 몫으로 확정된다.

투신사가 고유계정으로 고객손실을 메워 주는 일은 없는 것이다.

또 금리변동에 따라 경과물(이전에 발행됐으나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채권)의 거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경과물의 유동성 개선은 합리적 가격결정을 가능케 만들어 채권시장의 활성화의 기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인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가 만들어질수 있으며 과거와 같은 금리급변을 막아줄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리안정은 주식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준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호재다.

특히 실세금리가 한자릿수를 유지한채 급등락만 없다면 기업의 ROE(자기자본수익률)이 12%대에 달해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도 있다는 결론이다.

이는 채권싯가평가를 적극 권유한 IMF(국제통화기금)와 세계은행의 바람이기도 하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