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과 개는 출입금지(華人與狗不得人內)"

지금으로부터 1백35년전.

상하이 황푸강변 와이탄(外灘) 북쪽끝 황푸공원 정문앞엔 이런 글귀가 적힌 푯말이 세워졌다.

그후 중국인은 1928년까지 이 공원에 발을 들여 놓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2000년 6월 황푸공원.

이른 아침인데도 태극권에 열중하는 노인, 사교댄스를 즐기는 중년부부, 조깅을 하는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관광객인 듯한 노랑머리 외국인이 이 장면을 사진에 담느라 열심이다.

1842년 중국이 영국의 함포외교에 굴복, 난징(南京)조약을 체결한후 1백여년동안 상하이는 빼앗긴 땅이었다.

당시 상하이인들은 외국인에게 개(狗)와 같은 존재로 인식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열강의 침탈은 상하이 발전에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하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연출하게 된다.

서구열강과 함께 들어온 자본주의가 상하이와 상하이인의 국제화에 밑거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푸동은 21세기 국제도시 상하이의 상징이다.

황량한 푸동의 논밭이 홍콩을 대신할 아시아 금융.무역의 중심지로 탈바꿈하기 시작한건 지난 1990년.

그해 4월18일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푸동에 경제특구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해 자금과 정책적 지원을 약속했다.

푸동개발의 첫 삽이 꽂힌지 올해로 꼭 10년이 되는 셈이다.

푸동은 철저한 계획에 따라 조성된 개발구다.

1단계인 1991~95년에는 2백50억위안을 투자해 남푸/양푸대교와 황푸강밑 터널, 와이가오차오발전소 등 교통 통신 에너지인프라 구축에 주력했다.

1996년 9월 착공된 푸동국제신공항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1천억위안이 투입된 2단계 개발에서는 공항 항만 지하철 등 사회간접시설이 어느정도 마무리됐다.

"건물 대부분이 텅텅 비었을 때도 날마다 새로운 부지를 다지고 빌딩을 올리는 고집스러움은 푸동에 대한 중국정부의 의지로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신국호 상하이 한국총영사)

장쩌민 주석은 지난 10년간 푸동을 10번이상 방문했다.

중국정부는 의도적으로 세계적인 회의를 푸동에 유치해 푸동을 선전한다.

지난해 전세계 5백대 기업인의 모임인 "포천(Fortune) 500" 회의를 개최한데 이어 올해는 1천3백명의 외국인 투자가들이 모인 제11회 아시아소사이어티회의도 동방명주탑 바로 앞에 자리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었다.

내년엔 APEC(아태경제협력체) 각료 회담도 이 곳에서 열릴 예정.

지난해말까지 푸동의 외자유치 실적은 투자계약 5천9백72건에 2백95억7천만달러.

이젠 상하이가 유치하는 외자유치의 33%, 수출의 25%가 푸동에서 이뤄진다.

세계 1백대 기업중 GM IBM GE 등 내로라하는 다국적기업 69개가 푸동에 이미 진출해 있다.

이들은 단순히 푸동이 제공하는 세제혜택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

아예 중국시장 본사를 푸동으로 옮기고 있다.

무한한 중국 내륙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이 이곳 양쯔강 끝자락 푸동에서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