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맥스의 변대규 대표는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대로 회사를 꾸려가는 최고경영자다.

그의 얼굴은 사업에 성공한 사람들이 갖는 전형적인 얼굴이 아니다.

차라리 연구실의 학자같다.

그는 "이제 경영자도 공부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고 말한다.

사회와 경제구조가 정보지식기반으로 바뀌면서 분석하고 책대로 경영하려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는 얘기다.

그의 이런 공부하는 자세는 철저한 시장분석과 적절한 전략구사로 이어졌고 디지털 셋톱 박스하나로 세계시장에 우뚝 설수 있는 계기가 됐다.

제너럴 인스투루먼트(General Instrument) 사이언티픽 애틀랜타(Scientific atlanta) 필립스(Philips) 등 거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디지털 셋톱 박스시장에 진출해 틈새시장을 찾아내고 이를 발판으로 이제는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메이져 기업이 됐다.

휴맥스는 디지털방송수신장치인 디지털 셋톱박스를 아시아에서 최초로, 세계에서 세번째로 개발한 기업이다.

생산량을 전량수출하는 휴맥스는 유럽과 중동지역의 유통시장물량의 50% 이상을 공급하는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지난 1.4분기 순익이 98억원으로 4천8백% 급증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1천3백억원에 경상이익이 8백억원이다.

전년대비 각각 1백40% 늘어난 것이다.

변대규 대표는 "2003년까지 매출액 6천5백억원, 싯가총액 2조원의 세계 3대 디지털 셋톱박스 제조업체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변 대표는 휴맥스의 핵심역량을 연구개발(R&D) 인력과 해외네트워크 구축으로 이루어진 마케팅 능력을 꼽는다.

휴맥스의 기술력은 외국에서도 인정한다.

휴맥스부품을 쓰는 필립스직원이 "휴맥스제품이 소니제품보다 나은 것 같다고 전해 주더라"고 변대표는 소개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변 대표는 휴맥스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변 대표는 "매출액이 많고 기술만 좋다고 바로 글로벌 기업은 아니다"고 말한다.

"외국사람이 한국에 와서 근무해도 성공할 수 있다면 그 기업이 바로 글로벌 기업"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은 업무가 매뉴얼화됐으나 한국기업은 안면으로 일을 해결하려 한다. 문제해결 과정이 매뉴얼화돼야 글로벌기업이 된다"는 것이 변 대표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요즘 기업문화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작년까지 그도 직원 한명씩을 일일이 만나는 맨투맨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요즈음 조직문화를 만들어 시스템과 매뉴얼을 구축하는 일에 골몰해 있다.

글로벌기업의 토양을 갖추기 위해서다.

안상욱 기자 sangw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