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관이 약속이라도 한 것일까.

투신사와 증권 은행 보험사등이 20일 일제히 주식을 사들였다.

순매수 규모가 1천8백억원을 넘었다.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세를 틈타 하루평균 2천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우던 이달초와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기관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무엇보다 낙관적인 장세관에서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올만한 악재가 모두 나온 만큼 추가적인 급락 가능성은 희박하고 점진적인 상승세를 탈 것(이춘수 대한투신 펀드매니저)"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돌출 악재가 나오지 않는 한 830~850선까지 기관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란 신중한 전망도 있다.

물론 자금여력이 별로 없는 만큼 단기반등을 노린 일회성 매수세에 그칠 것(김경배 한국투신 펀드매니저)이란 지적도 없지 않다.

<>왜 사나=비관적이었던 펀드매니저의 장세관이 바뀌고 있다.

이춘수 펀드매니저는 "최대 악재인 기업의 자금난이 10조원규모의 회사채펀드 조성 등으로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이는등 자금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만큼 불안감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김석규 리젠트자산운용 상무도 "시장이 안정감을 회복했다는 판단에 따라 주식 편입비율을 조금씩 높이려는 욕구가 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내기관의 매수세는 금융주을 편입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회성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최영권 동양오리온투신 펀드매니저는 "이날 투신사의 매수세는 증권주의 편입비중이 낮은 투신사들이 증권주를 추격매수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 일뿐 기조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투신의 선호종목인 대형 우량주가 대부분 하락한 것도 이같은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얼마나 살까=투신사의 경우 지수 830~850선까지 소폭이나마 매수우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춘수 펀드매니저는 "이달초 주가가 급등할 때 지수 850선부근에서 환매가 늘어났기 때문에 850선까지 투신권의 매물압력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은행 보험권은 800선을 넘어갈 경우 매도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심홍섭 교보생명 펀드매니저는 "750~850선의 박스권 장세를 예상하는 사람이 많아 800선을 넘어서면 기관의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수종목=이날 기관이 주로 산 종목은 증권 은행등 금융주다.

특히 현대투신증권의 외자유치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증권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대해 최영권 펀드매니저는 "지난번 상승장 때 금융주가 없어 기관들이 애를 먹었다"면서 "최근 금융주가 다시 강세를 보이자 어쩔수 없이 편입하고 있는 성격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증권업계는 금융주에 대한 기관의 매수세가 이어질 경우 시장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