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당시 많은 사람들은 통독의 1등 공신은 "방송"이라고 말했다.

인적 물적 교류 이전에 담장을 넘어 들어간 방송이 서로에 대한 동질감을 키우는 촉매역할을 한 것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북한 중국 러시아 등지의 해외동포들을 향해 라디오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KBS의 사회교육방송(1134kHz)이 남북정상 회담 이후 연성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부분 프로그램 개편에 들어간 사회교육방송은 정부의 햇볕정책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던 "노동당 간부들에게"와 남북간의 갈등을 다룬 "남북 분단 50년"을 폐지했다.

대신 남한 사회의 다양한 일상을 다룬 "라디오 극장"과 "안녕하십니까 서울입니다"를 신설했다.

박현순 부장은 "어느 한쪽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프로그램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남북간의 이질감을 줄여 동질성을 회복하는 데는 우리의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훨씬 효과가 높다"는 판단에 프로그램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사회교육방송에서 정치색 짙은 프로그램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신설한 "라디오 극장"은 소설을 극화한 프로그램으로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첫회를 장식한다.

이후 중국 러시아 등의 한국계 작가들의 작품도 엄선해 방송할 계획이다.

또 "안녕하십니까..."는 남북한의 화제성 뉴스와 국제뉴스 실향민소식 등을 전하는 매거진 형식으로 진행한다.

사회교육방송의 또 다른 기능은 해외 각지에 흩어져 있는 이산가족 찾기.

지금까지 이 방송을 통해 만난 이산가족은 1만2천5백명에 달하고 해외 청취자로부터 받은 편지만도 25만여 통.

이들의 사연과 연락처를 전산화해 현재 15만명의 이산가족에 대한 자료를 데이타베이스로 구축해 놓은 상태다.

앞으로 이산가족 상봉이 활성화될 경우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교육방송은 현재 매주 화요일 미주지역 이산가족찾기운동을 펼치고 있다.

<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