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앞서가는 여자"

온라인 게임업체 제이씨엔터테인먼트 김양신(46)사장에게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이같은 수식어 뒤에는 여사장으로 기업체를 꾸려나가는 데 대한 주위 사람들의 곱지않은 시선과 김 사장의 뚝심에 대한 존경심 두 가지 모두가 배어있다.

김 사장은 연세대 물리학과 73학번이다.

명문 대학에 입학하는 여학생 수 자체가 작았던 당시로선 "물리학과에 웬 여자"라는 시선을 받기에 충분했다.

졸업후엔 소위 "똑똑한 여자"는 반기지 않던 한국 사회 풍토에서 "대충 시집이나 가라"는 주위의 충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컴퓨터주식회사에 보란듯이 취직했다.

일본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김 사장은 한국으로 당당히 돌아와 한국전자계산주식회사와 셀퍼시픽엔터프라이즈에서 맹활약하며 프로그래머로서의 경험을 쌓아갔다.

그가 지난 92년 청컴퓨터그래픽스(현 제이씨엔터테인먼트)를 창업했을 당시에는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산업에 주력했었다.

멀티미디어 CD롬,전자앨범 등을 개발하다 지난 96년 "초고속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응용기술개발"이라는 정통부 과제 개발자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온라인 게임개발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고.

자체 개발한 온라인 게임개발 엔진기술을 바탕으로 "워바이블" "레드문" 등을 제작했다.

5월말 현재 회원수가 각각 27만명 40만명에 달하는 이 게임들로 제이씨엔터테인먼트는 올해 6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1.4분기에만 지난 한해 총 매출액과 맞먹는 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그러나 "새천년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목표는 워바이블이나 레드문 등 기존 온라인 게임이 아니다"며 "다음달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3차원 통합 엔터테인먼트 포털 조이시티(www.joycity.com)를 주목해 달라"고 주문했다.

조이시티는 사이버 공간과 현실세계의 벽을 무너뜨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가상공간속에 아늑하고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어 조이시티에만 들어오면 현실에서 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

조이시티를 찾은 네티즌은 누구나 자신만의 아바타(분신)을 갖고 도시를 돌아다니면 된다.

다른 아바타와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콘서트홀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즐길 수도 있다.

놀이공원을 돌아다니다 공중전화부스에 들어가 현실에 살고있는 친구에게 직접 전화도 걸 수 있다.

혹여 상점에서 예쁜 인형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물건 주문도 할 수 있다.

아바타들끼리 각종 소모임이나 클럽도 만들어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다.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나면 결혼해 가족도 만들 수 있다고.좀 더 발전하면 새로운 마을이나 도시도 만들 수 있다.

자체적으로 독특한 규율과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지금까지는 상상도 못했던 강력한 커뮤니티를 구성해 낼 수 있는 셈이다.

지금은 게임마을 음악마을만 구축돼 있고 다음달중 패션마을도 열 계획이다.

회사측은 다른 기업들과 업무제휴를 통해 조이시티의 콘텐츠를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미 SK와 협의를 거쳐 TTL마을을 건설중이고 음악마을에서는 엠네트의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만화마을 스포츠마을 등도 속속 들어설 예정이다.

올해까지는 무료로 서비스를 하고 내년부터 월 회비로 3천원 정도를 받을 계획이다.

올 연말까지 목표 회원수는 1백만명.

조이시티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한 우리기술투자는 회사를 방문한 지 일주일만에 30억원을 투자했다.

김 사장은 "평생동안 할 일을 찾았다"며 가슴뿌듯해 했다.

기쁨의 도시를 하나하나 만들어가며 현실과 가상공간을 넘나드는 새로운 삶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조이시티가 N세대를 위한 최고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02)3472-0022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