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또 다시 살얼음 판을 걷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 때문이다.

2차 금융구조조정과 그에따른 자금경색 여파로 기업들이 극심한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우량은행은 돈이 넘쳐 흐르지만 정작 자금이 필요한 기업은 돈가뭄에 목말라하고 있다.

해당기업의 주가는 연일 속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다간 멀쩡한 기업마저 도산할 것이란 우려가 증시에 팽배하다.

전문가들은 "남북정상회담이란 A급 재료로 그동안 가려졌던 자금시장의 불안감이 전면에 부상하고 있는 상황(김기환 마이다스에셋 상무)"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수익률 올리기보다는 위험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 "당분간 주식시장을 떠나는게 좋다"는 견해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증시에 여전히 희망을 거는 사람들이 더 많다.

물론 이들도 자금시장이 안정을 찾기 전까지는 우량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한정시키는 게 바람직한 투자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 금융과 실물의 불안조짐 =금융불안뿐 아니라 실물 경기의 둔화를 우려하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최근 "국내 경기가 지난 1.4분기를 정점으로 둔화세를 보이고 있으며 3.4분기부터 하강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주가전망이 비관적이란 얘기다.

마이다스에셋의 김 상무도 "하반기 미국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국내경기도 영향을 받을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수급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상태에서 금융불안과 기업의 수익성악화마저 겹칠 경우 증시 조정은 길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주말 미국 다우존스공업평균지수는 하반기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감으로 크게 하락했다.

금융과 실물 모두 주가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비관론보다는 신중하지만 낙관론을 견지하는 전문가들이 더 많은 편이다.

온기선 동원경제연구소 이사는 "자금경색을 제외하면 특별한 악재가 없는 상황이며 무엇보다 싯가비중이 큰 대형주의 수익성이 그 어느때보다 좋아 6~7월을 넘기면 안정적 상승추세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상무도 "현재 증시는 2차 금융구조조정의 파장과 기술적 조정국면이 맞물린 결과이며 대세상승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박스권 장세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6월말까지 박스권 장세를 점치고 있다.

금융불안, 외국인 매수세 둔화, 투신권 환매증가 등으로 종합주가지수는 700~850선을 오르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장득수 신영증권 조사부장은 "금융.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됨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증시도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경제의 체질을 강화시켜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 구조조정에 대한 충격 등으로 6월말까지 박스권 장세를 보이다가 7월이후 주가가 다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한진 상무도 "투신과 은행 신탁계정의 부실공개, 월말 무역수지, 6월27일의 미국 금리인상 여부 등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7월초부터는 서서히 체력을 회복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박스권 장세가 예상되는 만큼 추격매수는 금물이다.

장 부장은 "강세장이 아닌 만큼 쫓아가면서 사는 것보다 지수 움직임과 거꾸로 매매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락시 저점 매수하고 상승시 이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구사하란 얘기다.

<> 일등주를 노려라 =증시 최대 악재인 자금경색은 한계기업을 솎아내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한진 상무는 "영업이익이 금융비용을 커버하지 못하거나 은닉부채(장부를 속인)가 많은 기업은 이번 자금시장의 한파 이후 상당수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기환 상무는 " 정부가 자금경색에 대한 대처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기업 자금난이 하루 아침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종목선정에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주가흐름이 안정적이고 자금경색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대형 우량주로 매매를 압축하는 전략이 바람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장 부장은 "막연한 기대감으로 저가주를 사는 것보다 외국인과 기관이 선호하는 전통적 블루칩으로 매매를 압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등주만 공략하라는 얘기다.

이와관련, 골드만삭스증권은 최근 "아시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 한국전력 포항제철 등 5대 기업은 한국 금융제도의 문제로 인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낮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성장성이 뛰어난 종목이라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