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정책당국이 신뢰를 잃는 가장 큰 요인은 추진되는 정책이 철저한 현실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은데 있다.

정책입안 과정 뿐만 아니라 정책집행 시기도 시장여건과 관계없이 추진되고 있다.

현실인식이 전제가 되지 않은 정책은 실기(失機)문제와 정책비용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따른다.

일정한 프로그램없이 정책이 즉흥적이고 대증(對症)적으로 추진되는 느낌을 주는 것도 원인이다.

특히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시스템을 치유하는 정책들이 주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미래에 대한 안목이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 경제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바탕으로 한 미래 안목이 결여된 정책은 일관성을 잃게 된다.

설익은 정책을 너무 많이 쏟아내는 것도 금융기관, 기업과 같은 ''정책수용층''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킨다.

최근처럼 정책조정능력이 결여된 상황에서는 정책수용층과의 협의가 어렵다 하더라도, 최소한 관련부처간 사전협의는 있어야 한다.

최고 정책당국자간의 갈등이 시장에까지 알려져서야 정책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갈수록 정책의 실효성이 없어 보이는 것도 문제다.

모든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재원이 확보돼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재원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재원을 조성하다 보면 시장원리를 무시하게 되고 또 개발경제 시대처럼 관치경제의 우(憂)를 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책이 너무 드러나게 추진하는 것도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정책당국자는 일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정책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불러 일으킨다.

동시에 시장기능(market mechanism)을 통해 정책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기회까지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