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와 닛산간 제휴라는 틀 속에서 삼성차 부산공장을 아시아 지역의 생산기지로 삼겠다"

르노의 삼성차 경영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

당분간 국내영업활동에 치중하면서 장기적으로 삼성차 부산공장을 아시아지역의 생산기지로 육성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삼성차의 연구개발 능력을 확충하고 여기서 아시아지역에 맞는 차를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철저한 수익중심의 경영을 추구,오는 2004년에는 흑자를 내는 회사로 바꿔 놓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난 13일 루이 슈웨체르 회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중심으로 르노의 삼성차 운영전략을 살펴본다.

<>삼성차의 위상 =슈웨체르 회장은 삼성차 부산공장을 르노와 닛산의 협력의 틀안에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나올 신제품 개발도 르노와 닛산이 공동개발한 플랫폼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차의 생산능력이나 현재 수준으로 볼때 독자적 성장전략을 수립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슈웨체르 회장은 그러나 "삼성차의 두번째 모델도 한국시장에 맞게 개발할 것이지만 이 단계부터 수출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연구소 인원을 현재의 5배에 달하는 1천명 정도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을 아시아지역의 생산기지로 삼겠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연구소도 르노의 일부 프로젝트,즉 한국과 아시아시장에 맞는 소형차량이나 엔진개발 등을 한국에서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뒤앙 부석 부사장은 "향후 삼성차에서 만든 제품을 중국과 동남아는 물론 북한에 수출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한국을 아시아지역의 생산기지화할 뜻을 분명히 했다.

<>국내 생산 및 영업 =슈웨체르 회장은 2004년까지 현재 부산공장의 최대 생산규모인 24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4만대를 생산 판매하면 흑자로 돌아설수 있을 것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슈웨체르 회장은 "뛰어난 인력과 제품을 바탕으로 고수익 성장이라는 목표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무모한 확대전략을 추진하지 않고 차근차근 시장공략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어떤 업체건 자국에 뿌리를 내려야 다른 지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말한 것은 당분간 한국시장 공략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르노는 향후 4년간 한국에 3억 달러를 한국에 투자할 계획이다.

르노는 당분간 삼성차의 생산의 정상화와 영업활동의 확대에 치중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르노는 일단 올해 연말까지 월5천대 생산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또 내년에는 소형차(SM3)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생산량 확대를 꾀할 방침이다.

한편 르노는 삼성그룹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그룹 차원의 협조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슈웨체르 회장은 "르노가 규모와 관리면에서 세계적 기업인 삼성과 함께 사업을 할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승지원에서 가진 이건희 회장 초청 만찬에서도 삼성그룹의 협조를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부품업체 및 노사관계 =르노는 협력업체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직접 투자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슈웨체르 회장은 "르노는 부품업체와 상호 발전하는 전략을 갖고 있지만 직접투자는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한국의 부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슈웨체르 회장은 "한국내 부품을 많이 사용해야 삼성차는 물론 르노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나 일본에 비해 저렴한 원가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을 부품조달 기지로 만들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를 위해 르노는 부품 장기 공급 계약을 맺어 부품업체의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국내 부품업체의 자생력이 뒷받침됐을때의 얘기다.

"볼륨과 질의 측면에서 협력업체의 역량 강화가 요구되며 가격도 우호적이어야 한다"는 슈웨체르 회장의 말은 르노와 닛산의 망을 통해 부품업체가 국제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을 갖췄을때 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닛산을 인수한 이후 부품업체들에 대한 대폭적인 원가절감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사관계에 대해 슈웨체르 회장은 "기존 삼성차의 노사관계는 훌륭하다. 우리는 삼성차의 기존 관행을 바꾸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재의 인적자원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뜻이지만 한편으로는 삼성그룹의 노사관계가 삼성차에도 적용되길 바라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