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남북경협의 첫 사업으로 ''뉴 실크로드 구상''을 내놓았다.

김 대통령은 15일 서울공항에서 가진 ''대국민 보고''에서 남북간 끊어진 철도를 연결해 일본-한국-북한-시베리아-유럽-영국을 잇는 유라시아 횡단 운송망(총연장 1만2천km) 구축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김 대통령은 ''새로운 실크로드''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남북한이 뉴 실크로드의 중심에 서서 ''동북아시아 물류의 핵심 기지'' 역할을 해보자는 원대한 구상이다.

김 대통령은 "우리 기차가 왜 런던을 못가는가"라며 "끊어진 경의선 25km만 이으면 런던까지 단숨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일본에서 출발한 기차가 해저터널을 통해 남한과 북한을 지나 유럽까지 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이 구상이 구체화되면 "수송비는 30%가 줄어들고 수송기간도 크게 줄어들어 남북한이 경제번영을 누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간 철도 연결 방안을 논의하면서 이같은 구상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도 일찍부터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의 연계망 구축에 큰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김일성 전 주석은 지난 1994년 남북정상회담에 합의한 직후 벨기에 노동당 중앙위원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반도와 러시아 중국의 철도를 연결할 경우 엄청난 이익이 생길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적이 있다.

외교가에서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방문 발표가 나온 시점부터 북한이 푸틴 대통령에게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통한 물류중개 등에 대해 구체적인 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평양을 방문한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북한측과 이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뉴 실크로드 구상에 대한 타당성 조사는 이미 마무리돼 있다"며 "시베리아철도와 남북연계 방안이 확정되면 경의선 경원선 등 남북을 잇는 3개 간선 복원계획과 동시에 즉각 추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과 러시아 정부는 이미 지난 3월말 서울에서 겐나디 파데예프 TSR운영협의회의장(전 철도부 장관), 게오르기 톨로라야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 등 러시아 당국자들과 한국의 교통개발연구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TSR와 남북한 철도를 연결하는 문제를 놓고 구체적인 검토작업을 벌였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 구상이 "남북경협 1호 사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북한 지역 내에서 벌어지는 "체류형 사업"이 아니라 기차가 화물과 여객을 싣고 지나가는 "통과형 사업"이어서 당장 북한 체제에 큰 여파를 미치지 않기 때문"이라며 "북한과 러시아는 기차가 통과하면서 떨구는 과실을 거둘수 있다는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한화 등 민간기업들도 러시아 TSR 관계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김 대통령의 ''뉴 실크로드 구상''은 빠르게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호 기자 j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