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2박3일간 이뤄진 김대중 대통령의 첫 평양방문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만하다.

김 대통령은 서울을 떠나기에 앞서 "만나는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첫 만남부터 마음을 터놓고 모든 현안을 논의한 끝에 통일을 향한 큰 걸음을 함께 내디뎠다.

김대통령이 이번 평양방문에서 거둔 가장 큰 성과는 역시 "남북공동선언"의 채택이다.

두 정상은 지난 14일 3시간여의 마라톤 회담 끝에 자주통일, 남북의 통일방안 공통성 인정,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경제협력 및 제반분야 교류.협력, 당국간 대화 개최,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 등에 합의,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앞으로 한반도를 화해와 통일로 이끌 밑그림을 남북의 정상이 그린 셈이다.

특히 남북이 서로의 통일방안에서 공통분모를 찾아 이 방향으로 통일을 지향키로 한 것은 세기를 넘은 분단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일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협력을 비롯한 사회 문화 체육 등 제반 분야의 교류협력을 활성화하기로 함에 따라 남북간의 왕래가 더욱 잦아지고 규모도 커질 전망이다.

또 이를 이루는 과정에서 당국간의 대화가 재개되는 점도 남북간 화해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오는 8.15에 즈음해 추진키로 한 이산가족의 교환방문은 남북간 화해무드를 한껏 고조시킬 가시적 성과다.

남북정상이 서로 인간적 신뢰를 갖게 된 점도 수확이다.

두 정상은 첫 만남부터 파격적 예우와 허심탄회한 대화로 신선한 충격을 줬다.

김 위원장은 공항까지 직접 나가 영접하고 김 대통령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백화원 영빈관까지 가는 "깜짝쇼"를 연출했다.

60만여명의 환영인파, 북한언론의 전향적인 보도태도 등도 남북간 화해분위기에 일조했다.

김 대통령 역시 마음에 담아 뒀던 말을 기탄없이 털어놓음으로써 서로의 생각을 파악하고 공통분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 대통령의 평양방문은 남한 사회에도 적잖은 충격파를 던지면서 국민들의 대북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

김 위원장을 직접 TV화면으로 본 사람들은 대부분이 혼란스러움을 느꼈을 정도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대화가 계속되면 국민들의 대북인식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은 이제 화해와 협력, 평화공존과 통일의 급물살을 타게 됐다.

남북공동선언에서 합의한 사항을 실천하려면 당국간의 대화가 여러 채널에서 가동돼야 한다.

특히 오는 8.15에 방문단을 교환하려면 당장이라도 준비작업에 착수해야 할 형편이다.

민간분야의 남북교류도 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임진강 공동수방대책은 장마철 이전에 마련돼야 하므로 곧바로 후속대화가 이어져야 한다.

경협의 제도적 장치마련을 위한 당국자 회담도 열려야 한다.

따라서 물밀듯 이뤄지는 대화속에서 차분하게 호혜적인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남은 과제다.

아울러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해결 원칙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공조 및 타협도 모색해야 한다.

특히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에 대한 내용이 공동선언에서 빠진데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주한미군 문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등에 대한 북한과 미국, 일본 등 주변국들의 갈등을 적절히 조절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남북공동선언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도 가장 절실한 시기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