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합기술금융(KTB)의 민영화는 성공인가, 실패인가.

이에 대해선 말들이 많다.

KTB는 IMF(국제통화기금) 직격탄을 맞아 부실 공기업으로 전락했다가 99년1월 미래와 사람(대표 권성문)에 93억원에 팔려 민영화된 회사.

이후 국내 최대의 벤처캐피털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때문에 KTB네트워크를 민영화시킨 장본인인 기획예산위원회는 대표적인 민영화 성공사례로 꼽는다.

부실 덩어리이던 회사가 민영화후 연간 6천억원의 투자수익을 올리는 흑자 회사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벤처캐피털 업계에선 정부가 건수 올리기에 급급해 황금알을 낳을 회사를 헐값에 팔아치운 케이스라고 평가절하한다.

몇달만 더 기다려 코스닥 활황때 팔았더라면 1천억원대는 받았을 회사를 고작 10분의 1 값에 넘겼다는 지적이다.

어쨌든 KTB네트워크가 미래와 사람에 인수된 순간부터 일취월장한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수익성이 눈부시게 좋아졌다.

민영화 전인 98년말 현재 KTB네트워크의 투자수익(평가이익 포함)은 2백74억원.

그게 99년말엔 6천60억원으로 늘어났다.

22배나 투자수익이 증가한 셈이다.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중 1천2백86억원 적자에서 1천1백7억원 흑자로 반전됐다.

당연히 주가가 치솟아 회사가치는 98년말 8백18억원에서 작년말 8천2백93억원으로 불었다.

외양으로 보면 속빈 공기업이 민간으로 넘어가면서 알짜 투자회사로 바뀐 꼴이다.

문제는 그같은 성공의 원인이다.

정부는 민영화를 들지만 이견이 만만치 않다.

KTB네트워크의 도약은 민영화의 위력이라기 보다는 벤처와 코스닥 시장이 떳기 때문이라는 주장들이다.

근거는 KTB네트워크가 지난해 올린 투자수익의 대부분은 민영화 이전에 투자했던 회사들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점.

두루넷이나 한통프리텔 메디슨 미래산업 팬택 다우기술 등 KTB네트워크에 "대박"을 안겨준 회사들이 모두 그렇다.

조금만 늦게 팔았더라면 10배 이상은 더 받았을 것이란 분석도 이 때문이다.

물론 KTB네트워크가 민영화 이후 스스로 기울인 변신 노력을 무시할순 없다.

두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9백12억원에서 3천억원대로 늘리고 유망 벤처기업에 신속하고도 과감히 투자한 점은 인정해야 한다.

연봉제와 스톡옵션제를 도입하는 등 실적위주로 경영체제를 혁신한 것도 마찬가지다.

공기업이었다면 그렇게 못했을 것이라는 KTB네트워크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실책은 비난을 면키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D창투사 사장은 "정부는 98년 하반기부터 벤처와 코스닥 활성화를 외치면서 그 결과로 되살아날 KTB네트워크를 값이 바닥일때 팔았다"며 "그렇게 해놓고 이제 와서 정부가 5백억원을 들여 다산벤처라는 공공투자회사를 또 만든 건 정말 넌센스"라고 말했다.

결국 KTB네트워크 민영화는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가 나올 만하다.

인수한 쪽에서 보면 성공이지만 정부 입장에선 실패의 결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원칙도 중요하지만 언제 어떻게 파는냐는게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케이스인지도 모른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