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13일 북한과 인접한 강원도와 경기도 지역의 실향민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50년 ''망향의 한''이 풀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다른 지역 주민들도 한반도 분단의 역사적 고리를 끊는 전기가 되기를 염원하며 성원을 보냈다.

전체 3천여 주민 중 5백60여명이 실향 1세대인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 마을'' 노인정에는 이날 아침 일찍부터 주민들이 TV 앞에 모여 이야기 꽃을 피웠다.

특히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접을 받고 반갑게 악수하는 장면이 화면에 비춰지자 몇몇 노인들은 감정이 복받치는듯 서로 감싸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1.4후퇴 때 월남했다는 여석창(74)씨는 "북한에 아내와 딸을 두고 왔는데 이번 회담이 성과를 거둬 가족을 만날 수 있었으며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 대성동마을 주민들도 아침 일찍부터 TV를 지켜보며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했다.

이 마을 전창권(53) 이장은 "55년만에 이뤄지는 첫 정상회담에 만감이 교차한다"며 "바로 너머 북한 땅에 걸어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진(47)씨는 "김 대통령이 회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 화해 평화 통일로 가는 길이 되기를 마을 주민들과 기원한다"고 말했다.

연평도 대청도 등과 함께 ''서해 5도서''중 하나인 백령도 주민들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이번 회담에 거는 기대가 컸다.

백령 중.고교의 김용재 교장은 ''이 섬 주민의 80%가 실향민''이라며 "육안으로도 훤히 보이는 북한의 장산곶을 바라보며 망향의 한을 억눌러야 했던 주민들의 통일 염원을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촌 어촌계장 장익범씨는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돼 어장이 더 넓어졌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13일 통일전망대에는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은 3천여명의 관광객과 인근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또 대형스크린을 설치, 김 대통령의 방북모습을 생중계한 임진각에선 김대통령의 순안공항 도착장면이 방영되자 관광객 60여 명이 박수와 함께 ''와''하는 함성으로 평양 주민의 열렬한 환영에 화답했다.

특히 이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공항에 나와 김 대통령을 영접하자 "분위기가 너무 좋다",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것 같다"며 서로 얼싸안고 기뻐했다.

함남 원산이 고향이라는 남성구(67.강원도 고성군)씨는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정답게 악수하는 모습을 보고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흥분했다.

< 인천=김희영기자 songk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