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장진이 올해 첫 신작 "박수칠 때 떠나라"를 준비하고 있다.

LG아트센터 무대(16~30일)에 올리는 첫 국내 작품인 데다 장진이 이 작품 이후 2~3년간 연극연출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 특히 관심이 모아진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한 여성 카피라이터의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추리물.

그러나 얘기의 촛점은 작가와 관객의 머리싸움에 있지 않다.

살인사건 수사의 전 과정을 TV로 생중계한다는 설정에 맞춰져 있다.

범인을 잡는 것보다 시청률을 최대한 높이려는 TV프로그램으로 변질되는 상황을 통해 현대사회의 진실성에 의문부호를 단다.

"멀티미디어가 발달할수록 사회는 대중의 기호에 맞추는 "쇼적인 사회"가 됩니다.

진실은 왜곡되고 과대포장돼 결국 사라지고 맙니다.

"사람이 죽었다"는 진실이 하나의 "쇼"로 바뀌는 거죠.현실 사회를 색다른 시각으로 투영해보고 싶어 추리물의 형식을 빌었습니다"

장진씨가 전하는 작품의 핵심적인 메시지다.

이 작품의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흡사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그는 "희곡 자체도 영화적인 플롯을 갖고 있지만 장면전환이나 영상효과 측면에서 영화편집적인 요소를 많이 가미했다"고 설명한다.

이 작품은 특히 주연배우를 미리 염두에 두고 희곡을 써내려가 눈길을 끈다.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최연기역의 최민식이 바로 그 배우.

장진과는 두번째 조우다.

장진씨는 "제가 너무 좋아하는 배우이자 형"이라며 "최연기의 이미지와 잘 맞는 것 같아 먼저 역을 맡기고 희곡을 썼다"고 얘기한다.

평소 최민식 연기의 옥타브와 장점,한계를 잘아는 장진인 만큼 가장 살아있는 캐릭터로 극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연극 "허탕"과 뮤지컬 "아름다운 사인"에서 장진만의 독특한 극전개력이 퇴색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장진씨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는 ""아름다운 사인"은 뮤지컬이란 장르를 선택한 데서 실패했다고 본다"며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작업에서 실패했다면 재충전해야겠지만 지금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이 작품을 끝으로 2~3년간 연극 연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다.

실제로 그의 내년 스케줄은 백지상태다.

"연극판에서 10년 가까이 활동해왔는데 현재의 연극시스템에서는 전망을 갖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좋은 자본,좋은 프로듀서들과 만나 새로운 연극운동을 모색해 나갈 생각입니다"

<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