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한 재판부가 만도기계 노조 파업과 관련,같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2명에게 상반된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이용훈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은 채 파업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만도기계 노조 아산지부장 김모(37)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의 쟁의행위 찬반투표 규정을 따를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있거나 조합원의 민주적 의사결정이 확보됐다면 투표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쟁의행위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노조가 조합원 총회를 거쳐 파업을 한 만큼 찬반투표를 하지 않은 것은 단지 노조 내부의 의사형성 과정상의 결함에 불과하며 파업참여 인원 등에 비춰보면 대다수가 파업에 찬성한 것으로 보여진다"는 원심판결을 인정했다.

그러나 같은 재판부(주심 조무제 대법관)는 지난 3월10일 만도기계 노조조직국장 황모(33)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같은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당시 판결문에서 "노동조합법은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 의해 과반수 찬성으로 파업을 결정토록 하고 있다"며 "노조가 절차를 따를 수 없는 납득할만한 객관적 사정이 없는 한 투표를 거치지 않은 파업은 위법"이라고 판시했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은 각각의 상고이유 만을 놓고 판단하기 때문에 다소 엇갈린 판결이 나온 것 같다"며 "그러나 현행법상 대법관들의 합의과정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