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측이 남북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회담 일정을 하루 연기해 주도록 요청한 배경에 전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측은 10일 밤 "기술적 준비관계로 불가피하게 일정을 하루 늦춰 줄 것"을 남한측에 요청했다.

이에 남한당국도 주최측(북한)의 입장을 존중해 이같은 변경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런 정황을 감안할 때 남북한 당국이 상호 긴밀한 협의하에 일정을 연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양쪽의 갈등으로 인해 회담이 연기된 것이 아니어서 정상회담의 큰 "틀"은 전혀 변함이 없다는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북측이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한치의 오차없이 진행하기 위해서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남측에 전달했고,남측이 이를 즉각 수용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론이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드러난 북한측의 연기 이유는 <>행사를 충실하게 하기위해 시간이 필요하고 <>사진전송등의 세세한 부분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발생 <>경호상의 철저한 대비 등 세 가지다.

우선 북측이 철저한 준비를 위해 회담 일정을 연기했을 가능성이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연기 요청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말할 입장도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순수한 회담 준비관계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55년만의 역사적인 만남이니 만큼 사소한 부분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측이 세계가 지켜보는 "행사"를 철저하게 준비하고 회담내용을 더욱 알차게 하기 위해 다소간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란 얘기다.

의전절차를 차질없이 수행하고 환대하기 위해 다소의 여유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 당국이 그동안 마련해 놓은 정상회담의 기본구도가 그대로 유지됨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둘째는 TV생중계와 사진 전송 등 보도와 관련된 부분에서 기술적 보완이 필요했거나 이런 부분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다.

북측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방세계에 본격적으로 알려지는 것에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그의 표정 하나 하나에까지 그도의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도 등의 세세한 문제점까지 완벽을 기한 뒤 회담에 들어간다는게 그들의 기본방향이다.

셋째는 남한 언론에서 김 대통령의 평양 일정을 상세하게 보도한 것도 연기 이유의 하나로 꼽힌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평양에서 김 대통령의 일정이 너무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수차례에 걸쳐 이에대한 "유감의 뜻"을 밝혀왔다.

박 대변인은 이동경로와 참석자 범위 등이 노출될 경우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북한은 그동안 외국정상들과의 회담이 끝난 뒤에야 회담 사실을 발표해왔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게 박 대변인의 설명이다.

남북한 당국은 당초부터 경호상의 안전을 위해서 공개된 일정과 다른 준비를 해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