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85) 제1부 : 1997년 가을 <8> '정복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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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홍상화
"그럼,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죠?"
백인홍이 권력자의 사돈인 윤 회장에게 물었다.
"친구와 밤새워 포커를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고,젊은 여자와 자고 싶으면 뒷생각하지 말고 그렇게 하라는 거지"
"선배님은 오늘 무얼 하고 싶으세요?"
백인홍이 장난기 섞인 어투로 윤 회장에게 물었다.
"나는...말이야.외국 어디 먼곳으로 훌쩍 떠나 아무 생각없이 몇 년이고 살고 싶어"
윤 회장이 심각하게 말했다.
"왜요?"
"모든 게 귀찮아졌어.가족도,자식도..."
윤 회장이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들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권력자의 자식이 영어의 몸이 되어 있는 사실을 백인홍은 상기했고 그것이 윤 회장을 침울하게 했으리라 짐작했다.
"세월이 흐르면 그분 가족에 대한 오해가 풀릴 겁니다"
백인홍이 그를 위로하는 투로 말했다.
윤 회장이 잠시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걔하고 안 만난 지 벌써 2년째야"
"무슨 일이 있었어요?"
"2년 전에 정치에 깊숙이 관련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타일렀지.그랬더니 나한테 뭐라고 한 줄 알아.내자와 딸이 옆에 있는 데서 말야."같잖은 소리 하지 말아요"라고 하더군.나한테 말이야.그때부터 보지 않았지"
백인홍은 그제서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청문회에서도 윤 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은 이유를 알았다.
동시에 권력의 무서운 파괴력을 실감했다.
돈과 권력,어느 것이 더 큰 파괴력을 가졌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인간이 부와 권력을 무한정 추구하는 것을 보면 그것이 가져오는 파괴력은 달콤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가 원하는 것은 부와 권력 어느 쪽도 아니었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명예였다.
명예의 추구는 어떤 파괴력을 가져올지 궁금했다.
어떠한 파괴력이든 그는 상관치 않았다.
한때 하청일을 해주던 기업을 인수한다는 만족감과 3천 명의 직원을 거느린 기업을 운영한다는 명예...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어떻게든 인수작업은 성사시켜야 했다.
하지만 매매물건이 쉽게 팔리지 않으면 인수자금 조달이 어려울 것 같아 마음이 초조해졌다.
회사채 발행액을 늘리는 방법도 생각해보았지만 인수자금의 반인 400억 이상은 무리인 듯했다.
그렇다고 재정형편이 제일 좋은 L그룹이 여의치 않을 경우 다른 그룹에서라도 매입해주기를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L그룹과 일을 성사시키고 싶었다.
백인홍은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에 잠겼다.
"L그룹도 대선자금 때문에 힘드시지요?"
백인홍이 물었다.
"말해서 뭘해.두 군데 대선캠프로부터 오너 회장이 너무 시달리나봐.요새는 한국에 잘 들어오지도 않아"
"그래도 모른 체할 수 없잖습니까? 나중에라도 미운털 박힌 놈 취급받지 않으려면요"
"그러니까 고민이지.요번 선거는 어느 캠프에서 당선될지 몰라 더 골칫거리야"
"그래도 여당이 다시 집권하겠지요"
"이번은 반드시 그렇게만 볼 수 없어"
윤 회장이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럼,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죠?"
백인홍이 권력자의 사돈인 윤 회장에게 물었다.
"친구와 밤새워 포커를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고,젊은 여자와 자고 싶으면 뒷생각하지 말고 그렇게 하라는 거지"
"선배님은 오늘 무얼 하고 싶으세요?"
백인홍이 장난기 섞인 어투로 윤 회장에게 물었다.
"나는...말이야.외국 어디 먼곳으로 훌쩍 떠나 아무 생각없이 몇 년이고 살고 싶어"
윤 회장이 심각하게 말했다.
"왜요?"
"모든 게 귀찮아졌어.가족도,자식도..."
윤 회장이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들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권력자의 자식이 영어의 몸이 되어 있는 사실을 백인홍은 상기했고 그것이 윤 회장을 침울하게 했으리라 짐작했다.
"세월이 흐르면 그분 가족에 대한 오해가 풀릴 겁니다"
백인홍이 그를 위로하는 투로 말했다.
윤 회장이 잠시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걔하고 안 만난 지 벌써 2년째야"
"무슨 일이 있었어요?"
"2년 전에 정치에 깊숙이 관련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타일렀지.그랬더니 나한테 뭐라고 한 줄 알아.내자와 딸이 옆에 있는 데서 말야."같잖은 소리 하지 말아요"라고 하더군.나한테 말이야.그때부터 보지 않았지"
백인홍은 그제서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청문회에서도 윤 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은 이유를 알았다.
동시에 권력의 무서운 파괴력을 실감했다.
돈과 권력,어느 것이 더 큰 파괴력을 가졌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인간이 부와 권력을 무한정 추구하는 것을 보면 그것이 가져오는 파괴력은 달콤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가 원하는 것은 부와 권력 어느 쪽도 아니었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명예였다.
명예의 추구는 어떤 파괴력을 가져올지 궁금했다.
어떠한 파괴력이든 그는 상관치 않았다.
한때 하청일을 해주던 기업을 인수한다는 만족감과 3천 명의 직원을 거느린 기업을 운영한다는 명예...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어떻게든 인수작업은 성사시켜야 했다.
하지만 매매물건이 쉽게 팔리지 않으면 인수자금 조달이 어려울 것 같아 마음이 초조해졌다.
회사채 발행액을 늘리는 방법도 생각해보았지만 인수자금의 반인 400억 이상은 무리인 듯했다.
그렇다고 재정형편이 제일 좋은 L그룹이 여의치 않을 경우 다른 그룹에서라도 매입해주기를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L그룹과 일을 성사시키고 싶었다.
백인홍은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에 잠겼다.
"L그룹도 대선자금 때문에 힘드시지요?"
백인홍이 물었다.
"말해서 뭘해.두 군데 대선캠프로부터 오너 회장이 너무 시달리나봐.요새는 한국에 잘 들어오지도 않아"
"그래도 모른 체할 수 없잖습니까? 나중에라도 미운털 박힌 놈 취급받지 않으려면요"
"그러니까 고민이지.요번 선거는 어느 캠프에서 당선될지 몰라 더 골칫거리야"
"그래도 여당이 다시 집권하겠지요"
"이번은 반드시 그렇게만 볼 수 없어"
윤 회장이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