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은행간 합병은 "파트너 선택"의 문제다.

가장 이상적인 짝을 찾기 위한 치열한 탐색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량은행으로 분류되는 은행은 주택, 국민, 하나, 한미, 신한 등 5곳.

물밑에선 우량은행간 파트너물색 작업이 무르익었고 6월말이나 7월초쯤이면 가시적인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축이 될수 있다 =시너지(연쇄상승) 효과를 위해 은행 규모나 업무영역이 차별되는 은행간 합병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전제에서라면 국민 주택 등 소매분야에 강점을 가진 대형은행과 신한 하나 한미 등 후발은행간의 결합 가능성을 점칠수 있다.

국민과 주택은 하나 한미 신한은행중 한곳 내지 두곳을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후발은행들의 움직임.

이들은 국민 주택은행이 합병의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흡수" 합병되는 듯한 구도를 경계하고 있다.

하나와 한미은행간 합병가능성이 자주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나은행 김승유 행장은 "합병에서 중요한 것은 기업문화"라고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이 두 은행이 합쳐도 정부가 구상하는 리딩뱅크가 되기엔 규모가 너무 작다는 것.

1분기말 기준으로 두 은행의 자산을 합쳐봐야 82조원밖에 안된다.

국민은행(90조원)보다 적다.

주택, 하나, 한미은행 등 3자간 합병가능성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미은행 신동혁 행장은 "서로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주택 하나 한미은행이 합병하면 명실상부한 리딩뱅크가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같은 구도가 가시화된다면 자연스럽게 국민과 신한은행의 합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외국인 주주들의 동의가 걸림돌 =우량은행간 합병의 최대 변수는 외국인 대주주들의 동의여부다.

실제로 주택은행이 하나은행과의 합병에 관심을 갖고 있으나 각각의 제휴파트너인 ING와 알리안츠가 국내 보험업계에서 독자영업망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라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택은행 김정태 행장은 "ING와 알리안츠는 유럽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대형 생명보험사들"이라며 "한국의 보험시장을 보고 진출한 이들이 기득권을 양보하면서 합병에 동의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은행에 투자한 외국자본들은 경영권보다 투자가치에 더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합병으로 이득을 볼수 있다는 확신만 줄수 있으면 굳이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 합병은행에 대한 인센티브 요구 =우량은행들은 합병은행에 대해 정부가 인센티브를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합병후 부실을 털어내고 통합작업을 진행하려면 일정기간 영업력이 악화될 우려가 있는 만큼 미리 부실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자본력을 갖출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은행과 주택은행이 12일부터 후순위채를 판매하기로 한 것도 합병에 대비한 자본확충의 일환으로 볼수 있다.

정부는 합병은행에 대한 인센티브로 세제지원, 인터넷뱅킹 등 신규업무인가시 우대, 장기 후순위채 매입 등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후순위채 매입은 금리 부담에다 시장에 내놔도 충분히 소화된다는 점때문에 은행들이 인센티브로 여기지 않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