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근 < 미술평론가 >


주제 "인+간",출품작가 46개국 2백46명.

소요경비 80여억원.

관람객 61만4천명(2회때 90만명).

시인 문병란이 "미치게 푸른 하늘"이라고 뜨겁게 노래했던 광주.

그곳에서 화려하게 개막,장대했던 71일간의 막을 내린 광주 비엔날레가 내놓은 성적표이다.

아시아 최대의 미술인 축제.

그러나 전시 초반부터 밥그룻 싸움으로 잡음은 물론 위원장이 교체되는등 숱한 분란과 상처를 끌어안고 출발한 비엔날레.

그러나 이제는 수치가 내놓은 그 성적표에 울고 웃는 비엔날레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

그것은 마치 인기 드라마처럼 일시적인 시청률에 흔들리는 천박한 전시로 타락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베니스 비엔날레나 리옹 비엔날레들이 그러한 인기 위주의 전시로 명성을 얻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비엔날레는 주제선정과 내용면에서 성공적이라고할수 있다.

"인+간"이라는 동양적인 주제아래 다양한 표현작품과 풍부한 시각들이 장르별로 정리 된 점이 그러했다.

특히 아시아성에 치우친 행사라는 화살을 받기도 했지만 광주 비엔날레의 성격과 이미지를 구축하고 한 자리에 불러모은 것은 단연 이번 볼거리의 꽃이었다.

침해당한 인권에 대한 국내외 예술가들의 거침없는 기록과 증언,그리고 비판정신은 이 전시를 보다 가슴 뭉클하게 생각케 하지 않는가.

그 어디에서 시대와 공간을 뛰어 넘은 역사의 음침한 지하에서 일어나는 인권 유린의 현장을 보인 적이 있었는가.

의외의 사건으로 뜨거운 감자처럼 등장했던 "북한 미술의 어제와 오늘"전에 위작 시비 문제도 이 전시에 흠집이었다.

단 한번이라도 전시전 북한미술에 비교적 밝은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절차나 배려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잔치는 끝났다.

겸허하게 그리고 날카롭게 이 전시 진행의 구석구석을 되돌아보며 성찰할 시간이다.

2002년 카셀도큐멘타의 전시 총감독 오쿠이 예 웨조르가 그랬던가.

"비엔날레 행사는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이후 이에 대한 문화적 토론의 장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가"에 있다고.

또 다시 비엔날레의 이사회 구성 80%가 지역사회 인사로 구성되고 있다고 미술계는 우려하고 있다.

1백%가 아니라 3백%가 되도 나는 그것에는 관심이 없다.

출품작가 모두가 광주 아니 한국 작가들로 이루어져 세계적인 비엔날레가 될 수 있다면 이 또한 경제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닌가?

문제는 세계적인 비엔날레의 탄생의 길은 험난하지만 그 이미지와 신뢰를 깍아먹는 데에는 여러번의 실수가 필요치 않다는 사실이다.

2002년 3월 분명 따뜻한 봄은 올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4번째의 그 비엔날레를 다시 보기 위해 광주로 가야한다.

왜냐하면 그 빛나는 예술축제는 바로 우리의 축제이기 때문이다.

그 때는 이번처럼 상처가 없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