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 국회의원/새천년민주당 ms2030@ms2030.or.kr >

"글쎄 아무 것도 없더라니까요!"

몇달전 얘기다.

아는 후배 한 사람이 용산 지하도에서 복제된 소프트웨어를 구입했다고 한다.

그의 얘기는 이렇다.

전자상가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용산역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하도를 지나다 어디선가 들은 얘기가 생각나서 지하도 한 가운데 쯤에 머뭇머뭇 거리며 서있는 사람에게 품목을 살짝 얘기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저만치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한 뒤 마치 영화 속 첩보원 마냥 잠시 뒤에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1만원인지 2만원인지를 건네주고 복제된 소프트웨어 CD를 건네 받았다.

비싼 소프트웨어 CD를 단돈 1,2만원에 구입했다는 기쁨에 득의양양해서 돌아온 그가 컴퓨터에서 발견한 것은 아무 것도 안 들어 있는 깨끗하게 빈 CD였다.

어이가 없었겠지만,어디 하소연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컴퓨터 통신 ID나 인터넷 e메일 주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치고 값싼 소프트웨어를 판다는 편지를 안 받아본 사람이 없다.

복제 소프트웨어로부터 성인용 CD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양의 목록을 별도 파일로 덧붙여서 아주 친절하게,그것도 꼬박꼬박 잊을만 하면 보내온다.

싯가로 따지면 기백만원에 이르는 소프트웨어도 단돈 몇 만원이내에서 다 구입 가능하다.

중요한 업무용 소프트웨어들은 상당히 고가인 경우가 많다.

이들 소프트웨어 모두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어려운 노력을 기울였던 결과다.

이런 것들이 복제되어 팔린다면,정작 이 프로그램을 어렵게 개발하는 사람들의 의욕이 크게 상실된다.

그 뿐만 아니다.

미성년자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원하는 대로 손쉽게 이들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성인용CD나 그보다 더 야한 성인용 게임들로부터 우리 청소년들이 전혀 보호되지 못한다.

스팸메일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이런 처벌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대한 일반의 인식도 크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최근 과다한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이를 논하기에 우리의 지식재산권 보호수준이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