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맞닥뜨린 험산이었다.

지난달 30일 부천필하모닉의 말러 교향곡 2번 연주회는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는 대장정에서 만난 첫번째 고비였다.

10개 교향곡중 가장 편성이 크고 곡의 구성과 오케스트레이션도 교향악의 한계를 시험할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

지난해 11월말 1번을 성공적으로 연주한 부천필도 죽음에 이른 영웅을 "부활"(2번)시키기에는 아직 앙상블의 연륜이 부족한 듯 했다.

하지만 악장을 더해 갈수록 안정된 소리를 만들어내는 임헌정의 지휘와 이를 따르는 단원들의 고양된 열정이 돋보였다.

한번의 험한 준령만 더 넘기면 말러에 관한 한 국내 최고의 하모니를 들려주는 오케스트라로 우뚝 설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이날 연주회는 말러의 작곡의도를 그대로 살리는 데 촛점이 맞춰졌다.

임헌정씨도 "안단테로 시작하는 2악장에서 좀더 템포 루바토를 가미해 유장하게 끌어가고 싶었지만 원곡에 충실하자는 생각에서 어느 정도 주관을 자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학적이었다가 단순해지고,영웅적인 투쟁과 소박한 서정성이 함께 녹아있는 말러음악 특유의 이중성과 복잡성을 모두 표현하려는 것은 과욕이었다.

지난해 1번 연주때처럼 톤을 낮출 것은 낮추고 풍부한 시정으로 살릴 것은 더 살리는 소리만들기가 더 나았을 법 했다.

또 대편성의 곡인 만큼 각 악기군의 균형감있는 음량과 매끈한 하모니가 필요했는데 이 부분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1악장에서 단원들 모두가 너무나 긴장한 나머지 다른 악기군의 음량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파트에만 열중하는 인상을 주었다.

결국 각 악기군의 소리는 홀 가운데에서 하나의 앙상블로 뭉쳐지지 않고 흩어져버리는 듯 했다.

한음 한음이 윤기를 발하지 못하고 메마르고 가벼운 소리에 머문 것도 이때문.

2번 연주에서 중요한 파트라 할 수 있는 혼도 11명의 주자들이 각 프레이즈(악구)의 마지막 부분을 산뜻하게 처리하지 못해 개운치 못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2,3악장으로 넘어가면서 부천필의 자랑인 현파트가 제몫을 충분히 해줘 점차 균형감있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4악장에서 "오,붉은 장미여"를 부른 메조소프라노 장현주는 유연한 호흡과 자연스런 고음처리,독일 리트에 맞는 이지적인 목소리로 분위기를 고조시켜갔다.

2번의 하이라이트인 5악장의 합창(독일 시인 클롭슈토크의 부활송가)은 곡 전체에 흐르는 숭고한 부활의 메시지를 은은하게 전달해 객석의 갈채를 받았다.

<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