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요시로 총리가 일본을 ''신(神)의 나라''라고 발언했다가 곤욕을 치루고 있다.

이 발언후 모리내각의 지지율은 19%로 곤두박질쳤다.

내각발족직후인 지난 4월 조사때(41%)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총리는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발언의 진의를 해명하는데만 비지땀을 흘리고 있을뿐이다.

일본에서 신이라는 단어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적 정통성과 정체성을 상징한다.

신이 역사에서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비범한 능력을 발휘한 사람들은 종종 신에 비유되기도 한다.

기업인도 마찬가지다.

그 대표적인 인물중 하나가 마쓰시타전기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다.

그는 "경영의 가미사마(신양)"로 불린다.

현역 기업인중에서도 신격화돼온 인물들이 적지 않다.

일본최대 슈퍼업체인 다이에의 나카우치 이사오(77)회장,소고(백화점)의 미즈시마 히로오(88)전회장,최대종합전기업체인 NEC의 세키모토 다다히로(73)상담역,세계최대 NC(수치제어)장치메이커인 파낙의 이나바 세이우에몬(75)상담역등이 바로 그들이다.

세기모토 상담역은 사장과 회장을 18년간 역임한 최고실력자.80년 사장취임이후 정관계인맥을 총동원,NEC를 PC와 통신관련 최대업체로 키워냈다.

게이단렌 평의원회회장을 거쳐 한때 재계총리로 통하는 게이단렌회장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소고의 미즈시마 히로오회장은 계열사 상호보증등을 통한 점포확대전략으로 매출이 수백억엔에 불과했던 소고를 단숨에 1조2천억엔대의 최대 백화점으로 키워냈다.

나카우치회장은 유통의 가미사마로 불린다.

가격파괴를 선도했다.

TV할인판매를 둘러싸고 마쓰시타전기와 벌인 힘겨루기에서 승리,유통업 전성시대를 개척한 경영인이다.

지난 57년 전신인 다이에이약품의 사장에 취임한 이래 "영원한 사장"임을 공언해 왔다.

신격화돼온 그들이 올 인사에서 찬서리를 맞고있다.

세키모토상담역은 6월29일자로 임원직에서 물러난다.

미즈시마회장은 1조7천억엔의 부채로 홍역을 치루고있는 소고의 경영에서 손을 뗐다.

나카우치회장은 "오너에겐 퇴진이 없다"며 버티고 있지만 사퇴설이 나돌고 있다.

자민당이 쇼와천황의 탄생일인 4월29일을 "미도리의 날"에서 "쇼와의 날"로 바꾸려던 경축일법 개정안을 폐기처리했다.

"신의 나라"파문은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재계에서도 신격화돼 온 기업인들이 물러나고 있다.

일본의 신격화 통치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김경식 도쿄특파원.kimks@dc4.so-net.ne.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