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한국과학사 연구에 바쳐온 전상운(72) 전 성신여대총장이 한국 전통과학의 창조적 유산들을 집대성한 "한국과학사"(사이언스북스,3만5천원)를 펴냈다.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면면이 이어져 온 우리 전통과학의 업적을 풍부한 사진자료를 곁들여 알기쉽게 설명했다.

저자는 먼저 14세기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비롯한 물시계 측우기 혼천의 등 각종 유물을 통해 천문학.기상학.역학의 역사를 조명했다.

특히 첨성대가 과연 천문대였는지 아니면 종교적 재단이나 상징물에 불과했는지에 대한 논쟁과 17~18세기 지전설 및 우주무한론을 집중 분석했다.

2장 "흙과 불의 과학"에서는 생활도구.장신구.조소.무기의 역사를 들여다봤다.

청동기시대의 청동검과 청동거울,철기시대 농기구와 덩이쇠,삼국시대 각종 가공.주조기술,유리공예와 고려청자 제조비법,최무선의 화약병기 제조기술 등을 살폈다.

한국 고유의 목판.청동.금속활자 인쇄술과 제지기술은 3장 "한국의 인쇄기술"에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세계 최초의 목판인쇄 활자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고려시대 최고의 걸작 "고려대장경","한지"의 제조공정을 과학적으로 분석,그 독자성과 창조성을 강조하고 있다.

4장 "땅의 과학"은 지도 제작과 풍수지리의 역사를 설명한 부분.고구려 무덤에 남겨진 요동성 지도를 비롯해 14세기 초 서유럽까지 그린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정교함이 돋보이는 "동국지도"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이르기까지 지도제작 방법과 그 맥을 짚어본다.

신라말에 형성된 도선의 풍수지리설이 발전해온 과정과 지관들이 사용했던 도구들도 정리했다.

5장 "고대 일본과 한국과학"에서는 한국에서 독창적으로 일궈낸 과학이 일본의 고대과학 형성에 미친 영향을 얘기하고 있다.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유물로 보아 일본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쇼소인(정창원)유물이 8세기께 신라인의 손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밝힌 점이 주목된다.

마지막 장에선 이천 장영실 이순지 서유구 성주덕 이규경 등 조선시대 대표적 과학자 6인이 이룬 성과를 조명했다.

저자는 청동기 철기 유리구슬 같은 우리나라 고유의 과학기술이 중국이나 서역에서 도입됐다는 이른바 "문화전파론"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