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재벌 구조조정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구조조정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이어 계열사간 지급보증 같은 고리가 끊어지는 쪽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재벌구조가 속속 해체되면 무엇보다 시장의 질이 한층 높아지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투자자들의 투자관이 바뀌게 되고 주가차별화가 심해지는 효과가 예상된다.

M&A(기업 매수합병)가 활성화돼 증시에 활력소가 될 공산도 크다.

외국인의 매수세를 자극해 수급개선의 잇점까지 얻을 수 있게 된다.

시장관계자들은 "재벌해체가 진행되면 어느 정도의 고통을 감수해야겠지만 국내 증시에 중장기적인 보약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자들의 이익이 늘어난다=계열사간의 상호출자 지급보증 내부거래가 기존 재벌구조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한마디로 계열사끼리 도와주는 구조였다.

자본력등이 취약했던 지난 70~80년대 고도성장기에는 국가경쟁력을 키워주는 효자노릇을 했다.

하지만 자본을 조달해가는 주식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상장사들은 보다 투명한 기업내용과 경영을 요구받게 됐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업활동으로 이익이 나봤자 자금사정이 나쁜 계열사에 부당 지원돼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이익이 새나가는등 부작용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벌구조가 와해되면 오너의 독단적인 경영이 사라지고 전문경영인의 투명 경영이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주식시장과 상장사의 기업내용이 훨씬 맑아지게 된다.


<>주가차별화 심해진다=SK증권의 박용선 투자정보팀장은 "과거 재벌그룹 주식은 그래도 다른 기업보다 안전하다고 보고 투자하는 경향이 많았다"며 "하지만 이런 투자관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경영인에 의한 독립경영이 뿌리를 내리면 수익성과 성장성에 따라 주가가 철저히 평가받게 돼 시장퇴출,주가차별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의 이종우 연구위원은 "과거 IMF전후 퇴출된 그룹들에서 입증됐듯 모기업이 쓰러지면 고구마 덩굴처럼 줄줄이 달려 넘어지는 리스크가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계열사 연쇄부도 사태등의 시장충격이 덜어지는 효과다.

<>M&A가 활성화된다=재벌구조가 해체되면 얽히고 설킨 지분관계가 끊어지고 M&A가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진국에서처럼 M&A재료가 증시에 활력소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한 시장관계자는 "삼국지의 적벽대전에서 조조가 구사했던 연환계 전략과 같은 계열사 사이의 복잡한 지분관계가 흐물어지면 M&A가 수월해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먹고 먹히는 M&A 전쟁을 통해 자율적인 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게 된다는 얘기다.

그는 "먹히지 않기 위해 투명경영에 힘쓰게 되고 보다 많은 이익을 창출해 주가를 올리는등 주주이익을 중시하는 경영이 확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주식투자를 촉진시킨다=기업경영이 투명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우 부실에 놀란 외국인은 한국기업이 쓰는 회계장부를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경향이 있었으나 재벌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그런 불신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