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본격적인 전문경영인 시대를 맞게됐다.

현대는 지난 50여년의 오너체제아래서도 이명박씨를 비롯한 샐러리맨들의 우상같은 걸출한 전문경영인들을 많이 배출해냈다.

따라서 앞으로 전문경영인체제가 자리를 잡으면 "스타급"경영인들이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 지배구조개편이 워낙 전격적으로 이뤄졌기때문에 자동차 전자 중공업 건설같은 핵심기업 전문경영인들은 오너퇴진의 공백이 메워지고 새 경영체제가 뿌리를 내릴 때까지 상당기간 현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점쳐지고있다.

물론 일각에선 분위기쇄신을 위해 대규모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으나 갑작스런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고 시장을 안심시켜야한다는 부담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계안 현대자동차사장,박종섭 현대전자사장,김형벽 현대중공업회장 등 당대의 경영자들을 대체할만한 인선도 마땅치않다.

이들의 공통점은 억척같은 추진력과 부지런함,강력한 업무장악력이다.

이들은 일찌감치 정주영 명예회장의 눈에 들어 새벽 3,4시 출근을 예사로 알고 마치 전선을 지키는 야전 사단장처럼 현대호를 호위한다.

현대의 전문경영인들중에서도 "바이코리아"수익증권으로 현대증권을 증권업계 선두권으로 끌어올린 이익치회장이 돋보인다.

그는 최고금융통이라는 점에서 신경영체제를 안착시키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 틀림없다.

정 명예회장을 "아버님"으로 부르는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도 빼놓을 수 없다.

69년 현대건설 기계부에 입사한 뒤 타고난 근면성과 영어실력을 앞세워 국내외 건설현장을 누빈 야전사령관이다.

남북경협 전담회사인 현대아산의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는 그는 10여차례 북한을 드나들면서 두둑한 배짱과 협상력을 과시,북한 당국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전언이다.

박종섭 현대전자 사장은 서구식 경영마인드에 합리적 사고를 갖춘 인물이다.

미 현지법인(HEA) 사장에서 지난 3월 본사 최고경영자로 승진한 이후 현금흐름중시 경영을 외치며 경영합리화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 노바대학에서 경영학박사를 취득했으며 한국인 최초로 미 상장기업인 맥스터사 최고경영자를 지내기도 했다.

이계안 현대차사장의 경우 작년 3월 임시주총에서 선배인 박병재 부회장과 노관호 사장을 제치고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96년 2월 현대석유화학 전무에서 그룹 기조실 전무가 된지 3년만이었다.

그는 "천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비상한 기억력과 기획력의 소유자다.

김수중 기아차 사장은 말단사원으로 시작해 현대-기아 양사의 사장을 지낸 "30년 자동차맨"이다.

그는 카니발 카렌스 카스타등 이른바 "3카"선풍을 불러일으키며 기아호를 법정관리에서 조기졸업시켰다.

술을 마실때 미리 가느다란 실자락을 삼켜둔 뒤 나중에 끄집어 내면서 마신 술을 토해내는 나름의 술자리 기법을 가질 정도로 자제력이 강하다.

정재관 현대종합상사 사장은 무려 14년을 해외에서 근무한 전형적인 상사맨이다.

특히 홍콩과 중국에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중국식 비즈니스룰인 신의를 무척 중시하는 스타일을 갖고 있다.

현대상사를 전자상거래 전문업체로 육성하기위해 요즘 국내외 거래선과의 제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김형벽 현대중공업 회장은 현중을 세계1위 조선업체로 견인한 1등 공신이다.

현대건설 입사 7년만에 현중 생산기획부장으로 발탁된 노력파.외유내강형으로 조선 기계분야의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요즘 조선분야의 e비즈니스 업무도 주도하고 있다.

어려움을 끈기와 인내로 극복하는 스타일이 정 명예회장을 빼어닮았다는 평. 김충식 현대상선 사장은 상선에서만 22년동안 근무하면서 국내 해운업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31일 정부로부터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지난 98년 금강관 유람선 관광사업 추진단장을 맡아 6개월의 짧은 기간동안 유랍선도입과 운항준비등 전과정을 빈틈업이 처리해 신망을 얻었다.

이밖에 이충구 현대차 기술담당사장 조충휘 현중사장등 걸출한 차세대 전문경영인들이 즐비하다.

이들이 정명예회장 일가가 빠진 경영공백을 어떻게 메워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일훈 기자 jih@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