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31일 오후2시.

현대의 경영개선 계획을 발표한 김재수 현대구조조정위원장의 비장함은 그간 현대가 풍겼던 버티는 듯한 인상과는 달랐다.

정주영 명예회장등 그룹오너의 경영일선 퇴장.그리고 전 계열사의 전문경영인 영입.

정부나 채권단,언론까지도 거론치 않았던 그야말로 특단의 조치였다는 평가다.

오히려 현대의 진정한 의도가 뭔가 하는 궁금증을 갖게 만들었다.

김 위원장의 말처럼 현대라는 기업을 선진기업으로 도약시키려는 정 명예회장의 고뇌에 찬 결단인지,아니면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지 보는 사람에 따라 평가는 달랐다.

그시간 증시는 전날 흘러나온 "6조원 유동성 확보"라는 보도만으로 이미 현대에 믿음을 보내고 있었다.

종합주가지수는 개장과 함께 전날보다 16.78포인트 올라 700을 돌파한 뒤 740을 넘어섰다.

코스닥지수도 140을 돌파했고 환율과 금리 등 다른 시장지표 또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대문제는 "시장의 신뢰"라는 막연한 내용으로 포장돼 있었다.

현대 발표로 증시만 떠주면 해결되는 듯한 인상을 줬다.

하지만 현대문제의 본질은 다른데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국내외 채권금융회사들이 갖고 있던 현대에 대한 불신이었다.

현대의 미래사업 비전은 어떤 것이며 수익성과 그에 따른 재무구조는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더욱이 정 명예회장으로 대표되는 지배구조의 혁신에 대한 미덥지 않은 현대의 태도가 문제였다.

현대의 이날 발표는 그런 불확실성을 불식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 정부 및 채권단과 지루한 흥정을 벌이며 찔끔찔끔 자구계획을 흘리다 일을 그르친 대우와는 다른 "현대다운" 방식이었다.

현대의 결단은 재계에도 큰 파장을 몰고 오게 됐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강조해오던 재벌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문제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우리 경제는 완전히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됐다.

현대에 국내외 모든 시장참가자들의 시선이 집중될 것이다.

현대가 스스로 밝힌대로 나아갈 때 국내외 채권금융회사들은 물론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모든 이들이 현대와 우리 경제에 대해 진정한 신뢰를 보낼 것이다.

박민하 경제부 기자 hahaha@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