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지 않으려고 같은 영업을 하는 다른 회사를 세웠을 경우 새로 세운 회사가 빚을 갚아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3부(재판장 유원규부장판사)는 31일 신발 제조업자인 김모씨가 A사와 대표이사 유모씨를 상대로 낸 물품대금 청구소송에서 "A사는 김씨에게 7천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유씨가 새로 설립한 A사는 본래 빚을 진 회사와 상호 대표이사 영업목적 본점소재지 임원 등이 같거나 거의 비슷하다"며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실질적으로 똑같은 회사를 세우는 것은 주식회사제도의 남용인 만큼 A사가 빚을 갚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서로 법인격이 다른 회사이더라도 실질적으로 같은 회사일 경우에는 둘중 한 회사에 채무변제를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여서 채무회피용 창업에 제동을 건 판결로 풀이된다.

김씨는 지난 96년 한 회사에 신발 6천6백60켤레를 팔았지만 대금의 일부만 받게 되자 사장 유씨가 세운 다른 회사에 대금을 내라고 소송을 냈다.

<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