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포 < 현대투신운용 대표 >

IMF 경제위기를 전후해 이른바 "한국판 금융빅뱅"이 시작되면서 금융계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그중 특히 투신시장이 그 어느 금융권보다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그동안 투신시장은 대규모 자금의 공사채형펀드로의 이동과 주식형 수익증권의 붐을 타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예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지난 1997년말 79조원이었던 투신 잔고는 작년엔 2백50조원 가까이로 늘어 났다.

대우사태이후 1백조원이상이 투신사를 빠져 나갔지만 7백조원 가까운 개인 금융자산 중에서 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4%에 달한다.

투자자 수는 7백만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투신 선진국인 미국의 투신비중이 9.8%,일본의 투신비중이 2.3%인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투자신탁의 비중이 얼마나 큰 지를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투자신탁시장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변화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금융시장 구조가 간접금융시장 위주에서 직접금융시장의 비중이 점차 커지는 선진국형으로 전환되는 과도기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시장으로 한 단계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시장 및 시장참여자 모두가 변해야 한다.

관련 산업의 어느 한 부분이 앞서 간다고 해서 투신산업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에 참여하는 주체,즉 감독기관 운용회사 판매회사 투자자 모두가 이전과는 다른 질적인 변화의 모습을 보여 줘야만 한다.

우선 감독기관은 투자자 보호장치를 비롯한 투신산업의 인프라가 조기 구축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정비 및 개선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운용사도 자기 변신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회사의 명확한 투자원칙과 방향을 제시하고 운용의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서 각 사별 운용스타일이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품개발도 상품의 성격을 명확히해 투자자가 투자시점에서 상품의 특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운용기법 발굴 및 금융기관간 연계상품의 개발로 상품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조치도 필요하다.

또한 미국의 경우 1990년을 전후로 확정갹출형 기업연금(401K)의 확대 실시로 인해 미국 투자신탁산업이 질적인 면에서 눈부신 성장을 하였듯이 우리도 투자자금의 장기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서 기업연금의 확대실시가 조기에 이뤄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판매사의 판매활동은 곧 운용의 시발점이며 운용의 연장선이다.

바람직한 방향은 고객과 판매사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것일 것이다.

고객의 투자목적과 판매사의 영업활동은 상호 보완적이며 결국 같은 선상에 있다.

그러므로 고객에 입장에서 상품의 엄선과 장기적인 투자방향으로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투신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투자문화의 선진화가 이뤄져야 한다.

투자문화의 선진화는 투자자가 중심이 돼야 한다.

최근의 투자성향을 보면 사이버 거래비중이 전체 약정액의 50%선을 넘어섰을 정도로 초단기 투자로 흐르는 경향이 강하다.

개인의 직접 주식투자 비율도 선진시장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개인 투자가의 경우 투자수익에만 관심이 있지 자신이 얼마만큼의 투자 리스크를 지고 투자수익을 실현 했는지에는 관심이 적은 것이 일반적이다.

개별 소수 종목에 투자하여 2배 이상의 투자수익을 올렸다고 자랑하는 개인투자자도 있다.

그러나 같은 상황에서 2배 이상의 투자수익을 올린 투신상품도 많다는 사실과 소수 종목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와 50-1백여 개 종목에 분산투자 되어 있는 투신상품 포트폴리오 사이에는 리스크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투신상품이란 장기간 투자함으로서 투자의 메리트를 향유할 수 있는 상품이다.

현재 운용자산이 1천억 달러로 세계 최대규모인 휘델리티의 마젤란펀드의 경우를 보자.

설정초기인 1963년에 1백만원을 투자했다면 35년 후인 현재의 자산가치는 10억원이 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주식투자의 천재라 하여도 35년간 주식매매를 계속하였다면 투자자산이 1천배로 늘어나지는 못했을 것이다.

우리 경제도 점차 안정 성장기로 접어 들고 있고 저금리 시대가 정착되어 가고 있다.

이제는 투자자도 투자의 기대수익률 자체를 낮추고 단기 고수익 고위험 보다는 장기 안정적 투자수익을 지향하는 쪽으로 투자마인드를 바꿔야 할 시기가 왔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