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은 29일 현대가 내놓은 3조3천여억원의 유동성 확보를 골자로 한 수습방안에 대해 "미흡하다"며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을 촉구했으나 구체적 해법에는 의견이 엇갈렸다.

민주당은 채권단과 현대가 자율적으로 수습방안을 마련하되 실패한 경영진은 퇴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현대 사태를 조장한 정부의 ''무한 책임론''을 제기한후 경영진 퇴진 등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리는 데는 반대 입장을 보였다.

자민련도 경영진 퇴진 강요에는 부정적인 반응이다.

<> 민주당 =개별 기업 문제에 당이 왈가왈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게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현대가 더 강력한 자구노력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해찬 정책위의장은 이날 "아직 정부로부터 보고를 받지 않았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정세균 제2정책조정위원장도 "대단히 민감한 문제여서 코멘트하는게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다만 정 위원장은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기를 기대한다"며 "시장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지만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때에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해 시장 불안이 지속될 경우 정부가 적극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책위 실무 관계자들은 "국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줘 급한 불을 끈다 하더라도 현대가 적극적으로 자구노력을 이행하지 않으면 현대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돼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낮춰지게 되고 결국 금융권 전체가 피해를 본다"며 현대의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31일 금융감독위원회와 당정협의를 갖고 현대사태와 금융 구조조정 상황 등에 대한 입장을 조율할 계획이다.

<> 한나라당 =현대 사태는 구조조정 지연과 정부와의 유착 및 무리한 대북사업 강행 등에 따른 유동성 부족 탓이라며 현대와 정부의 ''공동책임론''을 폈다.

그러나 경영진 퇴진 등은 현대가 알아서 결정할 사안이며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을 포함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게 급선무라는 입장이다.

이한구 정책실장은 "현대사태 해결의 초점은 단기.중기 유동성 확보방안 마련에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자동차 중공업 등 우량 계열사의 조기 그룹 분리로 위험분산 <>무수익자산 처분 등 수익구조 개선 <>정주영 명예회장의 사재출자 <>남북경협에서 현대 배제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이 시장신뢰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며 <>현대를 지원할 경우 그 내역과 요구조건을 정확히 공개하고 <>현대가 정부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의 철저한 대응책을 마련하며 <>정부가 구상하는 프로그램이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의 후속대책등을 준비하라고 촉구했다.

<> 자민련 =유동성 문제 해결만을 고집하는 현대측의 자구계획안이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씻기에 부적절하다고 보고 핵심계열사 매각 및 경영진 문책 등의 추가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정우택 정책위의장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가 대북경제지원 등을 감안해 현대에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정 의장은 이어 "정부와 현대측은 하루 이틀 시장상황을 지켜본뒤 ''제2의 구제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대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핵심계열사 매각 등 실효성 있는 자구책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그러나 정 명예회장에 대한 일방적 퇴진 요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형배.정태웅.김남국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