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오는 31일부터 총파업을 강행하기로 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주 5일 근무제 실시,대우자동차 해외매각 중단,국내총생산의 10%수준 사회보장예산 확보,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등 요구조건은 하나같이 개별기업 차원에서 논의할 문제가 아니며,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예정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총파업을 벌이기로 한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경제불안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주일에 44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으로 하고 최대 12시간까지 초과근로를 허용하는 대신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더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의 근로시간이 선진국은 물론 아시아 경쟁국보다도 다소 긴 주당 평균 47.9시간이나 되는 것은 기업들이 신규인력 뽑기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기존직원들의 초과근무를 선호한 결과다.

그러나 삶의 질 향상과 고용증대를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다.

만일 선진국처럼 주 5일 근무에 주 2일의 무급 휴가제로 바꾸면 근로자들의 소득이 크게 줄게 되고,노동계 요구대로 주 2일의 휴무일을 유급 처리하면 인건비 부담이 지금보다 두자릿수 이상 증가해 영세기업들은 물론 우리경제 전체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정근로시간 단축문제는 휴일.휴가제도 조정,그리고 임금문제와 연계해 논의해야 하며 그렇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우리경제에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정책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경제대국인 이웃나라 일본도 법정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줄인 것은 바로 지난해 4월이며 그나마 기업규모와 업종에 따라 시행을 유보하거나 특례를 인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문제가 워낙 민감하고 다루기 조심스럽다는 증거다.

사정이 이런데도 최선정 노동부장관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파업자제를 당부하면서 "노사정위원회 근로시간 단축특위의 합의를 거쳐 연내에 관련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것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노동계 달래기에 급급한 나머지 지나치게 성급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재계가 "노사정위 협의를 통해 결정할 사안인 법정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정부가 연내 결론을 내겠다고 일정까지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발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정부는 원칙을 확고히 지켜야 한다.

금융구조조정에다 현대그룹 자금난까지 겹친 지금같은 위기상황일수록 정부가 중심을 확실히 잡아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