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가 먼저입니까,납북자가 먼저입니까"

26일 오전 세종로 종합청사의 통일부 기자실에 "납북자 가족모임" 대표 4명이 찾아와 이같이 하소연했다.

이날 오전 10시 박재규 통일부 장관을 처음으로 만나 납북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난 직후였다.

지난 2월 결성된 이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는 최우영(30)씨는 지난 87년 1월 납북된 동진호 선장 최종석(53)씨의 맏딸.

95년 납북된 안승운 목사의 부인 이연순씨와 동진호 납북자 강희근씨의 어머니 김삼례씨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은 "탈북자들을 위해서는 정부에 전담기구를 만드는 등 지원을 하면서 납북자 문제는 왜 늘 뒷전이냐"며 4백54명이나 되는 납북자들의 조속한 송환을 위한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최소한 납북자의 생사확인이라도 해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납북자 문제의 정상회담 의제채택과 전담부서 설치,납북자들의 명예회복과 물질적.정신적 피해보상 등도 요구했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해 납북자들의 생사확인과 정상회담 의제채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이들은 전했다.

납북자 가족들은 이날 그간 겪어온 고통과 설움을 한꺼번에 털어놓았다.

납북자 가족들이 정부로부터 보호가 아니라 오히려 감시를 받아왔다는 것.

이제 그런 감시는 덜해졌지만 납북자와 그 가족에 대한 정부의 무대책과 무관심은 여전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87년 탈북한 김만철씨 일가를 데려오기 위한 정치적 고려에서 정부가 동진호 선원들의 송환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납북된 자국민의 송환은 뒷전인 채 탈북자 환영식만 요란했다는 얘기다.

통일부 인터넷 홈페이지만 봐도 탈북자와 이산가족에 대한 자료만 많을 뿐 납북자에 대한 관심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10여명의 납북자를 데려오기 위해 23개 단체가 활동중인 일본의 사례와는 너무나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모두가 들뜬 분위기다.

그간 일관되게 추진해온 대북 포용정책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며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을 점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햇볕이 필요하다"는 납북자 가족들의 주장은 무얼 말하는 것일까.

"햇볕정책"의 "등잔밑"에 가려진 문제들에 대해서도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할 때다.

서화동 정치부 기자 fireboy@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