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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감시대] (71) 제1부 : 1997년 가을 <6> '슬픈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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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홍상화

    진성구는 가운을 걸치고 긴 복도를 지나 욕실로 갔다.

    가운을 옷걸이에 걸고 욕실문을 열고 들어서 냉수 샤워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축였다.

    그 다음에 텅 빈 사우나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숨이 막혀옴을 느꼈다.

    사우나탕의 열기가 아니라 또다른 창녀를 찾아야 할지 모른다는 부담감이 그의 가슴을 짓눌러왔기 때문이었다.

    5년 전 이혜정이 갑자기 결혼한 후 헤어날 수 없을 것 같던 절망 속에서 얼마를 지냈던 그는 육체적인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상대를 찾을 수만 있다면 그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었다.

    그래서 돈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이 여자 저 여자를 찾아나섰으나,두 번 다시 찾고 싶은 창녀를 구한 것은 여섯번째의 창녀를 거치고나서였다.

    바로 조금 전 헤어지기로 결심한 그 창녀였다.

    그 창녀의 어떤 점이 자신을 끌어들였을까?

    사우나탕의 열기로 인해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두 손으로 씻어내리면서 그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바로 그 창녀의 눈빛이 언제나 간직하고 있는 동정심이었다.

    그만큼 그 창녀는 직업적이었다.

    아마 그 창녀는 자기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세상 모든 남자들에게 동정 어린 눈길을 보냈으리라고 믿었다.

    그는 동정 어린 눈길을 필요로 했다.

    그에게 동정 어린 눈길을 보내준다면 어떤 여인이라도 좋았다.

    그럼 왜 새로운 창녀를 찾으려고 하지?

    진성구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창녀의 눈길이 변했기 때문이었다.

    동정의 눈길이,만남이 이어지면서 어느새 오만한 눈길로 대체된 것을 오늘밤에야 알았다.

    그러나 그가 기억하는 이혜정의 눈길은 지난 20여 년 동안 변함없었다.

    여동생 미숙의 친구로서 처음 보았던 여고 시절부터 오늘날까지 언제나 변함없었다.

    그것은 사랑을 위해 태어난 여자만이 지닌 흠모의 눈길이었다.

    이혜정의 눈길이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하자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후닥닥 사우나실 문을 열고 나와 샤워기 밑에 서서 찬물을 머리로 받기 시작했다.

    마치 머릿속에 자리잡기 시작하는 그녀의 눈길을 지우기라도 하듯이.

    그는 타월로 머리를 문지른 후 가운을 걸치고 방으로 와 화장실로 들어갔다.

    세면대 위에 붙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아! 내가 왜 이 지경이 되었지?

    내가 여자 하나를 잊지 못하다니!

    그것도 남의 아내가 된 여자를...

    그러나 진성구는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5년 전 이혜정이 자신을 떠나 다른 남자의 품으로 갔을 때 세월이 흐르면서 그 여자를 향한 그리움이 더해가기만 했다는 것을...

    또한 여러 젊은 여자의 육감적인 육체를 거치면서도 그녀를 향한 집착이 더해감을 부정할 수 없었다.

    특히 술에 취해 밤을 맞이하면 그의 가슴을 파고드는 것이 있었다.

    이혜정이 그에게 보냈던 흠모의 눈길이었다.

    그는 그것을 다시 다른 곳에서 찾으려고 최선의 노력을 해왔다.

    자연에서,역사의 유물에서,그리고 예술의 창작활동에서...

    하지만 그녀가 그에게 보낸 흠모의 눈길은 결코 다시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다시 찾을 수 없다면,그래서 그녀를 잊을 수 없다면 그의 인생은 어떤 고통의 연속이 될지 그 자신도 상상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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