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감독 로드리고 가르시아의 "그녀를 보기만해도 알 수 있는 것"은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다.

긴 제목처럼 무려 6명에 달하는 여인이 등장해 그들의 고독,조용하면서 애절한 삶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다룬 작품이다.

치매에 걸린 노모를 모시고 사는 의사 키너(글렌 클로즈)는 동료 의사의 전화를 기다린다.

은행 매니저인 레베카(홀리 헌터)는 유부남과 3년간 불륜의 관계를 맺어오다 임신을 하는 바람에 산부인과를 찾는다.

아들이 훌쩍 커 버리자 허전해하는 동화작가 로즈(캐시 베이커)는 앞집에 이사온 난장이 알버트와 친해지려고 애쓴다.

레즈비언 동거녀인 릴리와 크리스틴.

릴리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자 두 여인은 즐거웠던 과거를 회상하며 이별을 두려워한다.

형사인 언니 캐시(에이미 브렌맨)와 함께 사는 캐롤(카메론 디아즈)은 시각장애인.

신체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남자와의 데이트를 리드하는 적극적인 성격이지만 마음속 깊은 곳엔 장애인이라는 큰 상처를 갖고 있다.

그들의 삶은 고독과 상처로 가득하다.

그들의 아픈 구석을 스쳐 지나가는 풍경화처럼 풀어나가는 6편의 에피소드에는 여성 특유의 외로움 설레임 기다림 이별 등이 진한 커피 향기처럼 배어있다.

남자 감독으로서 여성의 심리상태와 표정을 이처럼 섬세하게 표현한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다.

지난해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시나리오 부문상인 "선댄스/NHK"국제연출가상을 수상했고 칸영화제에는 주목할 만한 시선부문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됐던 작품이다.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